심영수 경북골프협회 실무부회장( SK고무 대표이사)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대구경북에도 많은 골프장들이 신설되고 있다.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명문'임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골퍼들에게도 명문 골프장에 대한 판단 기준이 필요할 듯싶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골프의 위상과 더불어 수많은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골프는 동네 운동처럼 그냥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회원권이란 투자의 개념을 지니고 있어 골프장을 보는 눈은 복잡해진다.
좋은 골프장을 만들어 운영하면 칭찬받겠지만, 상대적으로 시설과 운영이 미흡한 골프장엔 채찍이 가해질 것이다.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는 라운드를 마친 후 아쉬운 여운으로"내일은 다른 방법으로 재도전 해 봐야지" 라고 하는 곳이 좋은 골프장의 정의라고 했다.
다양한 골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명문 골프장의 조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필자는 이 조건으로 ▷코스의 상태(설계 및 자연적 조건과 관리적 측면, 샷의 가치) ▷골프장 문화(전통이나 역사성) ▷서비스(식음료 비용, 도우미 운용) ▷경영 마인드(경영자 철학과 의지) ▷사회기여도(선수육성과 대회 개최) 등 5가지를 들고 싶다.
먼저 골프장은 자연그대로의 지형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적당한 언듈레이센을 가진 코스를 지향해야 한다. 도전정신을 일깨우며 샷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난이도 있는 설계, 그린의 빠르기와 적당한 굴곡, 페어웨이 관리와 티잉 그라운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훼손된 그린을 방치해 고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늦은 봄까지 인조 잔디 위에 티 박스를 고수하는 골프장은 참으로 난감하다. 나무와 꽃, 돌, 연못 등으로 이뤄진 자연미를 더한 골프장은 어디 있나요?
두 번째는 골프문화다. 골프장의 역사와 전통은 물론 그곳을 찾는 회원들의 소양과 매너까지 포함된다. 디봇 자국이나 벙커를 손수 수리, 정리하는 문화는 그 골프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자산이다. 골퍼들이 자신의 골프 에티켓에 대해 한번 되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세 번째는 골프장의 서비스와 비용의 문제다. 서비스의 질은 짧은 시간에 달라지지 않는다. 꾸준한 교육과 관심만이 세월을 보태 나타나며 친절함이 미소와 더불어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한다. 서비스의 질과 비용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고 서비스, 저 비용'이면 금상첨화. 그 골프장의 나무를 보면 오랜 역사를 자랑함을 알 수 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도우미를 포함한 서비스의 질은 신설 골프장이 낫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골프장 경영인의 노하우와 철학 , 사회 기여도도 좋은 골프장의 중요한 척도다. 가끔 골퍼들은 돈만 벌려고 만든 골프장인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들여다본다. 골프장도 기업의 하나로 돈을 버는 수단이지만 경영인에게 사회기여도를 묻는 것은 아마도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골프장엔 반드시 좋은 경영인이 있다. 경영자들의 철학과 의지가 굳고 바르면 골프장은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선수육성을 위해 대회를 개최하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면 골퍼들은 존경심을 갖고 골프장을 자랑할 것이다.
더불어 좋은 골프장은 적정한 규모의 회원 모집, 공정한 예약제. 기술표준원에 기초한 환불 규정, 고객만족도관리 등 한 차원 높은 관리 제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