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치와 기술, 기교의 조화로 관객에게 극적인 판타지 선사
뮤지컬이라고 하면 화려한 볼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보는 즐거움이다. 관객들은 객석과 무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는데 막이 오르면 제일 먼저 무대를 통해 시공간적 배경을 만나게 된다.
실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로로 작은 공간이지만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관객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무대 공간은 현실적인가 비현실적인가에 따라 실제 공간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고 무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는 신속성과 정확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무대 위에는 관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트와 장치들이 천장과 바닥 등 무대 곳곳에 숨어 있다가 장면이 바뀔 때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때론 디지털 방식으로, 때론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환되는 세트와 장치들은 기술적인 완벽성과 함께 속도감 있게 바뀌면서 관객을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의 무대로 안내한다. 무대의 깊이를 활용한 원근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오페라극장이 순식간에 지하 동굴로 바뀌고 '삼총사'에서 궁전이 순식간에 거리와 지하 감옥으로 바뀌는 것도 빠르고 정확한 무대전환의 기술적인 힘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장면들인 것이다. 비현실적인 공간일 경우에는 상징적인 표현들로 이제껏 보지 못한 색다른 무대를 보여 주기도 한다. '라이언 킹'에서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문양들로 배경을 표현하고 '캣츠'의 무대는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제작된 집체만한 크기의 깡통과 쓰레기 같은 소품들로 채워진 이색적인 무대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무대가 캔버스라면 무대세트와 무대장치는 밑그림이라 할 수 있고 조명은 여기에 색깔을 입혀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조명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 따라 장면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조명은 장면이 전환되는 동안 무대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보여 주면서 불필요한 부분의 관객 시선을 차단하기도 한다. 또한 뮤지컬에서 관객의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조명은 영화에서 카메라로 하는 클로즈 업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작품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넘버와 함께 현란한 빛으로 다양한 색채를 입혀 관객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개 부정적인 인물들이 등장할 때는 어두운 조명, 긍정적인 인물들이나 주인공이 등장할 때는 밝은 조명, 신비스런 느낌을 표현할 때는 푸른색 조명 등 빛의 강도와 색상, 각도 등으로 극의 분위기를 표현해 내는 것도 조명의 역할이다. '맘마미아'에서는 신나고 경쾌한 아바의 음악에 맞춰 다양한 색깔과 문양으로 관객들의 신명을 돋우고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표현하는 '대결'(Confrontation) 장면은 조명과 음악이 맞아떨어질 때 어떤 효과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특수조명을 활용한 체스 장면은 조명이 연출적인 아이디어와 만났을 때의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때 단순히 빛을 밝히는 역할에 머물렀던 조명이 기술력의 발전과 함께 무대를 더 극대화시키고 효과적인 장면 연출의 한 수단으로 계속 진화해 나가고 있다.
무대, 조명과 함께 극적인 상황에 사용하는 특수효과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특수효과는 관객들의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이고 신비스런 환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녀와 야수'에서 뤼미에르의 손에서 나오는 촛불,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의 지팡이에서 나오는 불꽃, '캣츠'에서 마법고양이 손끝에서 나오는 불꽃 등은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대 곳곳에는 무대, 조명, 특수효과 등 다양한 기술적 매카니즘이 숨어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술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때 관객들은 극적인 판타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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