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궁금해졌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대구경북 한나라당 후보 중 낙선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마저 무산되자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이 분노로 불타오르면서 표로 심판하자고 결기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정서적 애착에 의해 안주해 온 대구경북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막 불기 시작한 역풍의 강도와 방향을 가늠하면서 불안해지는 마음을 달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1개월 정도. 격앙된 지역 민심이 가라앉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지역 여론도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을 진정으로 응징하겠다는 심리와 많이 화났으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라는 으름장 정도의 의미가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아성인 이 지역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가 당선된다는 상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줘야 한다는 지역 정서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불씨는 던져졌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벨트 무산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대구경북 사람들 사이에 정치적 전기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 속에 체화돼 잘 느끼지 못하다가 지방은 내팽개쳐 놓고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는 이 나라의 냉엄한 현실을 자각한 데서 비롯된다. 커진 소외감과 분노의 화살이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게 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변화의 출발점은 지금까지 지녀온 정서적 애착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과 새로운 기준으로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유권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후보들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굵직한 하나의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들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며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더욱 좋겠다.
지금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는 이들도 있지만 유권자들의 지지에 안주해 국회의원으로서 지위를 누리는 데 만족하거나 명성만 믿고 지역구 관리조차 소홀히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인물들이 더 이상 계속 나와선 곤란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들이 선택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자성을 통해 역량 있는 새 인물들을 제시해야 하며 야당도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인물들을 영입, 대구경북 지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번에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들이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나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수도권의 위세에 짓눌려 있는 지방의 힘을 모으고 지방의 정치력을 결집하는 새로운 역할과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중앙 정부에 매달려 예산이나 사업을 따내려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수도권에 맞서 지방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도록 지자체 간 연대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수도권의 오만한 논리는 과학벨트 선정 이후에도 여전했다. 서울의 한 유력지는 과학벨트를 놓고 지자체간 경쟁이 과열되자 앞으로 지방과 관련된 국책 사업 공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세금을 나눠서 투입해야 한다거나, 선호 시설과 기피 시설을 함께 묶어서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면에 잇따라 싣고 있다.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논리는 지방의 발전은 우리 국가 발전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말이며 선호 시설만 있고 기피 시설은 없는 수도권에서 지방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국책 사업에 지방 정부의 세금도 부담하게 하려면 지방 정부의 재원을 늘릴 수 있도록 세금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사실은 왜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지방의 발전을 수도권의 시혜적 시각에서 보는 왜곡된 논리들이다. 대구경북 사람들, 지방민들은 이처럼 수도권의 안하무인격 시각을 바로잡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새로운 자세로 선거 심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金知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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