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사 출범…"M&A 통한 그룹화보다 지역수요 최우선"

입력 2011-05-17 10:01:09

하춘수 행장 인터뷰

17일 오전 열린 DGB 금융지주회사 출범식에서 타고하고 있는 하춘수 행장.
17일 오전 열린 DGB 금융지주회사 출범식에서 타고하고 있는 하춘수 행장.
하춘수 행장
하춘수 행장

대구은행이 17일 DGB금융지주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대구은행을 비롯해 카드넷, 대구신용정보를 자회사로 둔다. 창립 44주년을 맞은 대구은행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몸집에 연연하지 않고 내실 위주의 경영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수도권 중심의 금융환경 변화와 규모의 열세 등 지방은행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 변경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첫 단추는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꿴다.

◆'관심경영', 혈연'지연에 얽매이지 말아야

지주사 회장으로 3년 임기를 이어갈 하 행장은 '관심경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금융회사가 혈연'지연과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고, 성장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냐는 물음에 '관심(關心)경영법'으로 답한 것.

하 행장의 관심경영은 '안다'는 개념이 통상적인 '안다'의 개념과 달랐다.

"'내가 그 조직이나 동네에서 누구를 잘 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단기적 인연에 그치고 맙니다. '형님, 아우. 됐나? 됐다! 우리가 남이가'식이 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진득하게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혈연'지연에 매달려서는 곤란합니다. DGB금융지주의 접근 방식도 그것입니다."

그는 "내가 누구를 알고 있으니 너도 나와 인연이다는 식의 접근은 자칫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며 "누구를 안다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Know'(앎)를 넘어 'Respect'(존경)와 'Love'(사랑)'라고 말할 정도가 돼야 하고 관심경영은 거기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DGB금융지주의 경영방식은 '대구경북민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한 영업 한계'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대동소이한 은행 간 금리와 서비스라면 수도권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100년 은행, 서시효빈(西施效嚬)식 확장은 없을 것

금융지주의 자회사가 사실상 대구은행에 국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100년 은행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길게 내다보고 조직을 바꾼 것이기에 당장 저축은행, 캐피탈 등을 흡수하는 덩치 키우기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 행장은 "출범 초기에 계열 자회사 수가 부족하고 또 은행에 편중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주사가 설립되었다고 해서 당장 많은 자회사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영역에는 언제든지 진출할 수 있고 우선 지주사 내의 자회사 자산을 키우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카드넷의 경우 합병과 업무영역의 확대를 통해 지역 내 교통카드나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를 관람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대구신용정보도 지역 내 금융업 관련 추심업무를 발굴해 나가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형 지주사들이 증권, 보험, 카드 등 모든 분야로 진출해 금융그룹화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데 반해 DGB금융지주는 지역민과 지역기업의 금융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대해서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 행장은 "대구경북은 최근 고부가가치를 통한 섬유업의 경기회복과 자동차 중심의 제조업 성장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지능형 자동차부품이나 나노산업, 신재생 에너지산업 등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계속 발굴되면서 어느 정도 재도약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로 진출하는 지역기업들에 대한 끈끈한 애정도 과시하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의 지역기업 1천200여 개가 중국에 진출해 있어 DGB금융지주 역시 중국 상하이지점을 올해 안으로 개설한다는 것.

하 행장은 "지난해 말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로 우리 기업이 있는 곳에 든든한 지원자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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