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수자원공사 42년 우정 '엇박자'

입력 2011-05-17 10:46:20

단수사태 서로 책임공방…국가산단·대구광역취수원 등 첨예한 갈등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구미광역취수원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단수사태와 구미국가산업5단지 및 구미경제자유구역 조성 공사, 대구광역취수원 구미 이전 등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42년간에 걸친 우정이 깨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1969년부터 구미국가산업1'2'3'4단지를 조성했고, 구미'김천'칠곡에 생활'공업 용수를 공급하는 구미광역취수장을 운영하면서 구미시와 돈독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이달 8일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구미광역취수장의 가물막이가 붕괴되면서 구미'김천'칠곡지역에 5일 동안 단수사태가 발생하자 구미시는 모든 책임을 수자원공사 쪽으로 돌렸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9일 기자간담회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단수사태는 전적으로 수자원공사에 있다"며 "구미공단의 피해와 원수 공급위탁 계약불이행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피해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구미시가 수자원공사를 길들이기 위해 강수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16일 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은 구미시청에서 단수사태에 따른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가 이날 오전 갑자기 이를 취소해 구미시와 적잖은 언쟁이 오갔다. 단수 기간 통보를 놓고도 구미시와 수자원공사는 갈등을 빚어 왔다. 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단수 통보를 8일 오전 9시50분에 연락받았다고 한 반면 수자원공사는 시에 이날 오전 7시40분 연락했다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구미시가 최근 신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구미4단지 확장단지 및 5단지의 개발 대행권을 특정기업에 주겠다고 제의하면서 두 기관의 공조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5단지에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원형지개발이나 대행개발 등을 검토하고, 일부 기업들에게 제안을 했었다"며 "기업들이 필요한 부지만 개발권을 주는 것이지, 시행사를 전면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미4단지 확장단지와 5단지 시행사인 수자원공사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 관계자는 "구미4단지 확장단지와 5단지 개발사업의 시행사를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산업단지 사업 시행자를 바꾸는 것은 국토해양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대구광역취수원 구미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미시와 수자원공사는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광역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수자원공사가 운영권을 맡게 된다. 게다가 수자원공사가 대구광역취수원 이전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맡음에 따라 사업영역 확장을 노린 수자원공사가 대구시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원활한 물 공급이라는 근본을 잊고, 대구광역취수원 구미 이전 사업권만 따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단수사태로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할 처지이지만, 구미시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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