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여기는 독도, 알았다 오버!

입력 2011-05-17 07:42:29

지진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일본이 내년도부터 사용하게 될 예정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표현을 담는 다고 한다. 일본의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고 복구를 위한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여론이 들끓으면 온갖 대책과 아이디어가 다 나오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우리의 망각이다.

최근 매일신문의 전충진 기자가 쓴 '여기는 독도'라는 책을 읽었다. 목숨을 건 1년간의 독도 생활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었다. 독도로 간 자신의 심경을 한말 매천 황현 지사의 순절 유서에 빗대어 시작하고 있었다. 저자는 '사기'를 쓴 사마천을 그리워하며, 18년간 장기곶과 강진에 유배 간 정약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 너무 거창한 시작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독도로 가려고 할 때, 저자의 어머님이 발뒤꿈칠 따라 다니면서 '못 간다, 못 간다'고 말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년간 독도 상주기자로서 편안히 쉬면서 월급도 받고 1주일에 보도글 한편 정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책의 절반을 못 넘기고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독도에서 용케 살아서 육지로 나온 한 인간의 1년 간 생존 이야기였다. 독도에서 1년 간 먹고 자며 온몸으로 느낀 삶의 기록이자,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뒷받침하는 최초의 자료였다. 그곳은 의식주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극한의 공간이었다. 깔따구와의 전쟁, 바람, 비, 안개, 눈, 파도 등 자연과의 사투, 또 다른 주인인 괭이갈매기, 살아진 강치 이야기, 겨울 파도, 이장 부부의 사랑 이야기 등은 이 책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이전에도 교육이나 자료를 통해 독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독도에 현장 방문을 갔다 온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거기에는 늘 부족한 것이 있었다. 사실이 주는 정보는 있었지만 감동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독도에 대해서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망언을 하니까 지켜야 할 땅 정도로. 그저 국토의 막내인 환상적인 섬 정도로 생각했다.

'여기는 독도'가 단순히 읽히는 책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영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 책이 전 국민을 위한 '독도 교과서'가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용 책도 만들어야 한다.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면 그 순간은 저자와 일체감이 형성된다. 저자의 생각이나 감정과 하나가 된다.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바로 그것이 책의 힘이며, 이야기의 힘이다. 이 힘은 독도 사랑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책을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독후감 대회, 골든벨, 저자특강, UCC 대회, 사진 전시회 등이 필요하다. 독도 전시관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공간으로 만들 필요도 있다. 독도의 이장이나 등대소장, 해양경찰대장의 목소리, 독도 파도소리 듣기 등을 함께 넣어서.

기자는 '독도는 이랬으면 좋겠다' 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여기는 독도'라고. 이제 육지에 있는 우리가 행동으로 대답할 차례다. '알았다. 오버'로.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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