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노졸중'심근경색 재활치료(1)

입력 2011-05-16 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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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뇌 기능 회복할 수 있다…관건은 '석달 이내 대처'

그림1=발병 후 2주가 지나서 촬영한 뇌 MRI. 왼쪽 피질척수로가 뇌출혈에 의하여 끊겨 있는 상태(화살표)였다가 10개월 후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1=발병 후 2주가 지나서 촬영한 뇌 MRI. 왼쪽 피질척수로가 뇌출혈에 의하여 끊겨 있는 상태(화살표)였다가 10개월 후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2=뇌출혈로 손상됐던 피질척수로가 저절로 회복된 모습.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않아 운동기능은 완치되지 못했다.
그림2=뇌출혈로 손상됐던 피질척수로가 저절로 회복된 모습.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않아 운동기능은 완치되지 못했다.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 회복 코스. 발병 후 4주 사이에 70% 정도의 회복을 보이고 발병 후 12주까지 90% 이상이 회복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회복된다.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 회복 코스. 발병 후 4주 사이에 70% 정도의 회복을 보이고 발병 후 12주까지 90% 이상이 회복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회복된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뇌 신경에 혈액 공급이 막히게 되면 순식간에 뇌 손상이 시작된다. '천운'에 가깝게 기적적으로 아무런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퇴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크고 작은 후유증을 안게 된다. 과연 이런 뇌 손상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뇌졸중 및 심근경색으로 손상을 입은 뇌 신경의 회복과 재활치료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경북 상주에 사는 50대 가정주부 김순옥(가명) 씨는 3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 팔다리가 완전 마비됐다. 구급차를 불러 인근 병원으로 가서 컴퓨터 뇌 단층촬영을 한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신경외과에서 수술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하자는 권유를 받고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일주일간 신경외과 치료를 받은 뒤 일반 병실로 나와 재활의학과로 옮겨진 뒤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완전히 마비됐던 오른쪽 팔다리는 서서히 회복돼 2개월 후에는 혼자 걸을 수 있게 됐고, 넉 달쯤 지나서는 오른쪽 주먹을 쥐거나 펴는 동작을 할 수 있었다.

10개월 후에는 거의 정상보행이 가능해졌고 오른손으로 식사와 세수 등 일상생활도 할 수 있게 됐다. 발병한 지 10개월째에 접어들자 뇌 MRI를 통해 발병 시 손상이 매우 심했던 뇌 왼쪽 피질척수로(신경섬유가 대뇌 피질에서 척수로 내려가는 경로이며, 이곳이 손상되면 대개 손, 팔, 다리 등 운동기능에 장애가 생긴다)가 회복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처음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로 덜렁덜렁했을 때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어 너무 겁이 났습니다. 재활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회복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한 마음이 듭니다."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성호 교수는 "오랫동안 뇌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심지어 의사들조차 아직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그러나 뇌는 손상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발병후 첫 1개월이 가장 중요

이러한 회복력을 '뇌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인체의 다른 장기보다도 회복력이 좋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뇌 가소성을 이끌어내 뇌졸중으로 손상된 신경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재활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

문제는 이런 뇌 가소성이 발병 후에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뇌졸중 발병 후 첫 1개월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뇌 가소성의 약 70% 정도는 바로 이때 생기고, 나머지 20%는 발병 후 2, 3개월 사이에 발생한다. 따라서 뇌졸중 발병 후 3개월 이내에 90% 이상의 회복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활치료의 최적기는 발병 후 약 1주 후부터 3개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57세인 오경자(가명'여) 씨는 3년 전 뇌출혈을 겪었다. 오른쪽 반신이 심하게 마비돼 손도 쓸 수 없었고, 걸을 때에도 다리를 심하게 돌리면서 걸어야 했다. 오른쪽 팔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낮에도 괴롭고 밤에는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발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주위의 권유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신경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은 결과, 뇌의 왼쪽 심부백질에서 뇌출혈이 있었고, 현재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운동신경인 피질척수로는 정상 소견으로 나타났다. 손상된 신경이 저절로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왜 오 씨는 움직이지 못할까?

오 씨는 병원에서 "발병 직후 재활치료를 받았으면 이미 완치돼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장성호 교수는 "오 씨의 경우는 3년 전 뇌출혈로 피질척수로가 약간 다쳤다가 저절로 회복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손상된 신경이 뇌 가소성에 의해 저절로 회복됐다고 해서 발병 전의 기능적 상태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늦더라도 재활치료 받아야

쉽게 말해서,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더라도 신경이 이전의 기능까지 제대로 하려면 재활치료를 통해 이 신경이 종전에 하던 기능을 다시 가르쳐 줘야 한다는 것. 이를 '뇌신경의 기능적 회복'이라고 한다. 바로 재활치료의 두 번째 목적이다.

오 씨의 경우, 뇌신경의 신경학적 회복은 저절로 잘 됐지만 기능적 회복이 안 된 사례. 결국 심한 편마비 증상이 남게 된 것이다. 비록 늦었더라도 신경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간 재활치료를 시행하면 서서히 호전될 수 있다. 물론 곧바로 치료를 받았다면 거의 정상적인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선 바로 아래 단계 정도까지는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오 씨가 발병 직후 일주일에서 석 달 사이 곧바로 재활치료를 받았다면 모든 운동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에 가까운 정도까지만 회복이 가능하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장기적으로 쇠젓가락질은 못해도 나무젓가락질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것. 걷는 것도 심한 편마비 보행 행태를 보이지만 앞으로 약간 저는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안타깝지만 치료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그만큼 이후 재활치료에 드는 시간도 더 걸리게 된다. 아울러 정확한 재활치료를 위해 우선 환자의 손상된 뇌신경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신경 상태를 파악하려면 주로 뇌 확산텐서 MRI, 경두부 자기자극 검사,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 등을 이용한다. 이러한 검사들을 통해 특정 뇌신경의 손상 유무와 손상 정도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손상된 신경이 어떤 기전을 통해 회복되며 최종적으로는 최대 어느 정도에서 최소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지 예측할 수 있다. 동시에 어떤 치료법들을 활용해 얼마 동안 재활치료를 할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게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성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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