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용서와 사랑

입력 2011-05-16 07:48:18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상대방을 용서하는 일이다. 용서는 용서받을 이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할 때 성립된다. 어린아이도 말을 하고 자기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본성들이 드러난다. 두세 살만 되어도 먹을 것이나 물건에 욕심을 내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독점하려 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린다. 어린이들도 이렇게 본성적으로는 어른들과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음에 쌓아 두는 법이 없다. 싸우고 나서도 다시 금방 친해진다. 아이들은 앙금이 남아 있지 않아 앙심을 품지 않으며 그들에겐 용서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이 순수한 마음을 어른들이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사랑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사랑에 대한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생각 사(思)에 헤아릴 량(量)을 써서 상대방을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린다는 사량(思量)에서 왔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서로 사랑한다면 오해할 일이 없어 용서할 필요도, 굳이 변명 같은 걸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랑한다면 용서도 쉬울 것이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대사를 지낸 우리나라 외교관이 귀국 이삿짐 속에 수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코끼리 상아를 다량 숨겨 들여오려다 5월 2일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물의를 빚은 외교관은 현지인들이 이삿짐을 포장, 자신은 몰랐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 구설에 올랐다.

'궁색하다'와 '군색하다'를 구분해 보자. '군색하다'는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서 딱하고 옹색하다, 자연스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고 거북하다라는 뜻이다. "집은 비교적 오뚝한 얌전한 기와집이라 전등을 환히 켠 마루 안을 들여다보아도 살림이 군색하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매우 군색한 모양으로 건기침만 연해 토하고 있었다."로 활용한다. '궁색하다'는 아주 가난하다, 말이나 태도 행동의 이유나 근거 따위가 부족하다라는 뜻이다. "잠깐 말이 없던 김현숙이 다시 까닭 없이 허둥대며 무어라고 궁색한 이유를 댔다." "그들은 이번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판문점 정전 회담에서 우리 측의 입장을 여지없이 궁색하게 만들었소."로 활용한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할 때 그 말이나 태도와 행동의 이유나 근거 따위가 부족할 때는 '궁색하다', 그것이 자연스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고 거북할 때는 '군색하다'로 구분된다. "군색한 집안 형편" "궁색한 변명"으로 쓰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궁색한 변명이든 군색한 변명이든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게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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