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사랑은 언제나

입력 2011-05-16 07: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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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때때로 무척이나 힘들다. 결국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더욱 사람 속을 태우고 조바심치게 한다. 일방적인 약속이나 성마름의 뒤끝으로 애꿎은 배신감마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과 믿음으로 느긋하게 지켜보고 기다려준다는 것이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그 중 윗길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지막 수업'(To Be and to Have, 2002)은 언젠가는 오고야 말 애인들을 믿고서 기다려주는, 달콤새큼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프랑스 중부의 한적한 외딴 마을, 이곳엔 전교생을 통틀어 한 학급만으로 이루어진 학교가 있다. 아직 숫자도 셀 줄 모르는 네 살배기 철부지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의 머리 굵어진 아이들까지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딱 한 명뿐인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35년여의 교직생활 끝에 정년퇴임을 앞둔 이제, 돌이켜보면 20년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한 마을 이웃으로 함께한 셈이다. 길고도 짧은 세월 속의 한 시절, 어느 겨울에서 마지막 여름방학이 시작하기까지의 소소한 일상을 뒤따라간다.

결코 앞질러 가지도 않고, 뒷전에서 이리저리 엮고 꾸미지도 않고서 그냥 그렇게 고즈넉이 따라갈 뿐이다. 무에 그리 특출한 감동의 물결도, 벅찬 순간도 없이 맹맹하도록 자질구레한 일상의 풍경들이 이어진다. 무한경쟁에 목매달고서 살아가는 요즈음의 눈으로 보자면 지극히 비효율적인 교육 현장이요, 산만하기 짝이 없는 교실 풍경일 테다. 여느 왁자지껄한 소동과 함께 이별의 키스도 그치고 텅 빈 교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교사의 뒷모습, 그제야 싸한 가슴 한편으로 달콤 씁쓸한 미소가 번져난다. 그토록 볼품없던 기억들을 은근하게 가슴을 데워줄 추억으로 만드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경구가 가슴에서 저절로 환하게 밝혀질 때가 있다. 스스로를 낮추어 다같이 가는 거라고.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고서 끝까지 기다려준다고. 이윽고 어디서든지 끊임없이 함께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비로소 온전한 사랑이 피어난단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마침내 흔전만전 흘러넘치는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날의 무심함을 허겁지겁 메우고, 또 다른 일 년치의 죗값을 가불하는 면죄부만은 아니기를. 부디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들을 되돌아보고, 다함께 사랑을 피워가자는 고해성사이기를 소망한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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