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설적인 사실주의 작가 일리아 레핀(1844~1930)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인간의 내면적인 심리묘사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1884년부터 5년여에 걸쳐 완성된 대표작으로 불행한 한 가족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의 엄혹한 폭풍이 휘몰아치던 시절, 정치적 유배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 그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유를 잃고 긴 유배 끝에 돌아왔다. 하지만 아들과 남편의 돌연한 귀가에 어리둥절한 어머니와 아내, 낯선 사람을 대하듯 사뭇 경계심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자녀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이 흐른다. 여기에 방문을 열어 제친 채 꿈인지생시인지 분간을 못하는 아내와 뜻 밖에 돌아온 아들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키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애절한 무언(無言)의 모정이 배어나고 있다. 극적으로 재회한 가족 간의 감정변화와 심리묘사가 극명하게 얽히면서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여든다.
가정의 달 5월. 어느 때보다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시기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평소 가족들에게 무심하지 않았는지 한 번 쯤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닌가.
이미애(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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