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이미 대구경북서 성공 사례 있었다

입력 2011-05-13 09:25:46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성공 사례를 아십니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은 피하고 국가 발전을 위한 냉철한 고찰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각 지역의 특수성이나 장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을 위해 해외 성공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일 막스플랑크 재단 산하의 연구소들과 일본의 리켄연구소가 우리가 추진하는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국가사업인 과학벨트와 유사한 사례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 외에도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 폴리스,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심지어 실리콘 밸리 등도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 사례에 비추어 분산형이 맞다, 집중형이 맞다, 아니면 대도시에서 가까워야 한다, 아니다는 논란이 있다. 사례 중에는 기초과학을 위한 것이 아닌 것도 있고 민간이 주도해서 자연 발생한 것도 있다. 중요한 건 왜 그렇게 했으며 어떻게 해서 성공했느냐를 잘 분석해서 참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성공사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포스텍(포항공대)은 포스코와 포항시가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1986년에 설립한 대학이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해외의 도움을 제외하고 건설과 가속기 제작, 그리고 운영은 거의 순수 국내 기술로 이루어졌다. 해외 석학들도 포항의 방사광 가속기를 대한민국의 성공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최대 가속기 집적시설을 보유한 연구소인 스위스 CERN의 부소장인 베르톨리찌 박사는 3월 30일 포스텍에서 개최한 국제포럼에서 포항의 장점으로 바로 이 성공을 지적했다. 성공한 경험과 자신감, 그리고 성공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인정한 것이다.

포스텍은 이런 과감한 투자 덕분에 2010년 더 타임즈 세계대학 종합평가에서 28위를 했다. 2008년 다른 기관의 평가에서는 종합순위가 100위권이었지만, 연구성과는 세계 11위였다. 포스텍은 노벨상 수상자를 30명 넘게 배출한 막스플랑크 재단이 연구분소를 아시아에 유일하게 설치한 대학이기도 하다. 현재 포스텍에 소재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인 풀데 박사(전 막스플랑크 재단 복잡계물리연구소 소장)는 막스플랑크 재단 산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능력 및 성과를 가진 연구자가 포스텍에 있었기 때문에 포항에 분소를 설치했다고 언급했다. 과학벨트가 지향하는 국제적 연구성과를 내는 곳이 포항이라고 해외의 석학들이 인정한 것이다.

과학벨트 공동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경북, 울산, 대구의 세계적 기업은 국민들이 모두 잘 알고 있다. 세계 1~6위의 조선업체들과 5위권 안에 드는 포항의 포스코, 울산의 현대자동차는 국제적 성과를 내는 대한민국의 주력 기업들이다. 또 하나의 대한민국 과학벨트의 성공사례인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와 산업화에서 국제적 수준의 성공을 이룩한 경북, 울산, 대구 지역에 과학벨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하면 지역 이기적인 주장인가.

과학벨트의 주요 고려사항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발전도 포함돼야 한다. 이 사업은 국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이므로 노벨상 수상을 통한 국격 향상과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전후방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주요한 국가 차원의 문제도 해결하려는 시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실업문제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에도 큰 부담을 줄 중요한 문제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도 현재와 미래의 중요한 문제이다.

막스플랑크 재단이 독일 전역에 80여 개의 연구소들을 네트워크 형태로 배치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통일 후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동독 사람들이 서독으로 급격히 이주하는 것을 방지하고, 균형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장기적으로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과 과학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 상향적 운영 방식은 비슷한 상황의 우리나라에도 최선의 구도이다.

정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바란다. 과학벨트 성공을 위해 국가와 미래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발전을 위한 뜨거운 가슴도 필요하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머무르면서 한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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