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해외무대 내세울 작품 하나쯤…
훌륭했기에 더 아쉬웠다.
역설적이지만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에서 열린 대구국제오페라조직위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그랬다. 핑커톤으로 열연했던 테너 이현의 노래가 참 좋았기에,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초초상의 심정을 표현한 소프라노 류진교의 연기가 감동적이었기에 더 그랬다.
4월 30일(현지시간)과 5월 4일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로비에는 독일 관객들이 모여 그날의 공연을 품평했다. 거기서 만난 독일인 가족(2가족 10여 명)은 연방 '베리 굿, 원더풀!'을 외쳤다.
가족과 함께 온 독일인 남자는 미소 띤 얼굴로 "유럽 오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많았다. 일본 여성 특유의 발걸음, 서양 여성과 달리 다소곳해 보이는 일본의 여성성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가 하도 '일본적인 아름다움'을 극찬하기에, '오늘 공연한 가수들이 한국사람인 건 기억하시지요?'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기자의 말을 받은 그 역시 농담처럼 "I know, but it's a Japan Story"(알아요. 하지만 일본 이야기죠)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훌륭했기에 마음 한 구석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막상 독일 관객으로부터 '일본 이야기'라는 말을 들으니 좀 서글프기도 했다. 아름다운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결국 관객들에게는 '일본의 미'를 보여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에 일본 이야기니 한국 이야기니, 유럽 이야기니 따질 것은 없다. 작품으로써 감동을 느끼면 그만이다. 그러나 해외 공연에서라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직 오페라 역사가 짧은 우리 형편에 '나비부인' 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해외공연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작품'을 키우는 일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키워나간다고 해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0년 뒤에도 이번 공연에서와 같은 느낌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국제무대에서 '원더풀!' 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많다. 필요한 것은 우리 작품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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