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공화국은 7세기 후반 국가의 형태를 갖춘 이후 1천년 넘게 존속했다. 약할 때는 엎드리고 강할 때는 이빨을 드러내면서 능수능란한 외교술과 항해 기술을 바탕으로 지중해의 해상 무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 이후 대서양 항로가 개척되면서 베네치아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루도비코 마닌은 베네치아공화국의 마지막 도제(이탈리아어로 총통'지도자라는 의미)였다.
1725년 유력 가문에서 태어난 마닌은 20대 중반 공직 생활을 시작할 무렵, 관대하고 친절한 성품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막대한 재력으로 주목 받았다. 승승장구한 마닌은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기 한달 전인 1789년 3월, 64살의 나이로 제 120대 도제가 됐다. 나폴레옹이 유럽 정복에 나설 무렵 마닌의 베네치아는 중립을 지켰으나 2년여 뒤인 1797년 오늘, 침공한 나폴레옹군에 패함으로써 베네치아공화국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이후 칩거에 들어간 마닌은 건강 유지를 위해 거처 주변을 걸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모욕에 시달려야 했다. 1802년 사망한 후 그의 막대한 재산은 유언에 의해 가난한 베네치아 사람들을 돕는데 쓰여졌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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