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사용 못해 아파트 주변 '배설물 천지'

입력 2011-05-11 10:49:46

단수 4일째… 분노의 구미

구미 상당수 지역 주민들이 4일째 수돗물 공급이 안 돼 소방서 등에서 공급하는 비상급수차량을 통해 물을 받느라 길게 줄을 서 있다. 구미
구미 상당수 지역 주민들이 4일째 수돗물 공급이 안 돼 소방서 등에서 공급하는 비상급수차량을 통해 물을 받느라 길게 줄을 서 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세 살, 여섯 살 아이들이 아토피로 피부가 붉게 변하고 긁어 피가 나는데도 물이 안 나오니 씻길 수도 없고, 휴일이라 병원도 못 가고 미칠 지경입니다."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아 볼일을 못 보는 바람에 공중화장실을 찾느라 헤맸습니다."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가 붕괴되면서 수돗물이 끊긴 지 4일이 지났지만 물이 공급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구미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수돗물 단수가 시작된 8일 오전부터 11일 오전 9시 현재까지 구미시청 및 한국수자원공사, 언론사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단수에 대한 비난 및 불만의 글이 수백 건이 올라오고 있다.

또 구미시청과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에는 시민들의 비난 및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다.

시민 김원자 씨는 "물이 곧 나온다는 말에 비상 물을 하나도 안 받아 났는데 완전 낭패를 봤다"며 "식사는 물론 화장실 사용도 못 하고 비상급수 차만 오기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시민은 "전쟁상황 만큼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하루를 이렇게 더 버티라고 하면 미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구미시청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물통과 생수 등을 나눠주고 있다는데 누구에게 나눠주는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구미시의 재난 대처 능력에 실망했다"며 "세금만 꼬박꼬박 챙기면서 도대체 하는 게 뭐가 있냐. 구미시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단수로 인해 시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었던 것은 밥을 못 해 먹는 것과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 하는 것이다.

김현숙 주부는 "생수를 사는데도 한계가 있어 어제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3끼 모두를 컵라면과 피자, 햄버거 등을 먹었다"면서 "화장실은 아파트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나 빌라,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해 인근 관공서나 대형마트 등을 찾아가는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일부 아파트 주민의 경우에는 대'소변을 참지 못해 복도에서 처리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아파트 주민은 "생수를 화장실 물로 사용하는 것도 한계상황에 다달아 아파트 주변이 '대변 천지'가 됐다"며 "아파트 복도와 입구에 대변을 놔두고 달아나는 것도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물이 없어 제대로 씻지 못한 시민들은 공중목욕탕으로 몰려들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다.

시민 김인철 씨는 "집 인근 목욕탕에 갔더니 줄을 20m나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했다"며 "탕 내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샤워만 하고 나왔다"고 불만을 털어났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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