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들 가벼운 감기에도 "혹시…" 공포

입력 2011-05-11 10:54:19

신종 폐질활 첫 사망 충격… 급격한 폐섬유화 진행 원인·치료법 오리무중

산모를 중심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10일 서울에서 30대 산모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발병 환자 8명 중 7명이 산모 또는 임산부여서 지역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지역 5개 대형병원에서는 아직 유사 사례가 발생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 측은 "산모들이 폐렴 및 결핵으로 치료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 질환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며 "폐섬유화가 진행된 사례도 없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폐렴 증상으로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 8명 중 A(35'여) 씨가 뇌출혈 증세로 10일 오전 숨졌다. 임산부 A씨는 감기 증세로 지난달 8일 이 병원을 찾아 결핵 진단을 받고 처방약을 먹었으나 상태가 계속 악화돼 결국 사흘 뒤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하지만 폐섬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졌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치료를 위해 태아를 강제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10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환자의 검체를 통해 폐렴 원인 확인에 나섰으며, 환자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도 진행 중이다.

병원 측은 검사 결과 환자 3명에게서 감기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아데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들 바이러스가 폐섬유화의 유발 병원체로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산부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출산 예정일까지 5주가 남은 이모(28'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당분간 외출을 자제할 생각이다. 이 씨는 "임산부는 가벼운 감기에 걸려도 약물 치료를 망설이는 처지에 원인도 모르는 폐렴으로 임산부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며 "예방법이나 치료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예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불안해했다.

수년전부터 비슷한 증상을 보인 소아환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걱정이 크다. 다섯 살 난 딸을 두고 있는 주부 한재희(38'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감기 증상과 비슷해서 미리 알아차리기도 힘들다는데 혹시나 어린이집에서 전염되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당분간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