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6.1% 성장했다. 2002년 이후 최고의 성적이라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를 회복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뻐해야 할 국민은 심드렁하다. 6%대 성장이라면 대단한 수치인데도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장바닥에 나가 보면 안다. 상인들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야단이다. 기초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고 물건도 팔리지 않는다. 경제는 고성장을 했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상인들이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자연히 신명이 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발표와 체감 경기는 따로 놀았다. 무엇이 정부와 국민을 이렇게 이간질하는가.
최근 금감원 사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우리 사회는 군림하고 감독하는 계층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계층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연봉 1억 원짜리 직장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면 월 200만 원짜리 직장 구하기도 어렵다. 아예 취직이 안 돼 '산업예비군'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억대 연봉자들이 생산직에 있다면 문제가 없는데 대부분 '제도권'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그것도 안전하게(?) 정년이 될 때까지 신분 보장을 받는다. 불행하게도 이것이 용납되는 것이 한국 사회다.
6% 성장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이런 누수(漏水) 현상 때문이다. 아무리 곳간이 크고 넓어도 빗물이 샌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우리 주변에 금감원 같은 공적인 기구가 어디 한둘인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정부 기구가 얼마나 많은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덩치는 커졌다. 그러나 그만큼 속을 갉아먹는 바이러스가 많아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며칠 전 독일계 화학 제품 생산업체 헨켈한국의 파루크 아리그 사장은 "한국인은 독일 사람보다도 더 강인한 근면 유전자(DNA)를 갖고 태어났다"며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국 사람의 모습에 항상 감동하고 있다"고 했다. 누가 이런 국민을 좌절하게 만드는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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