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메시지' 한반도 정세 변화 주목

입력 2011-05-10 10:34:00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초청' 발언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제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청 용의 표명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통일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는 고강도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이 대통령의 제안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제2차 핵 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봄 세계 50여 개국 정상들이 한반도로 집결하는 핵 안보회의를 계기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통 큰' 진전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핵 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서 합의된 사항을 따르게 된다면 저는 기꺼이 (김 위원장) 초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위의 발언은 남북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기 전의 일인 반면 이번 제안은 남북 간 공식 대화의 길이 닫혀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결 구도를 깨고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어서 남북관계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동반한다.

북핵협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남쪽의 통치권자가 직접 나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앞으로의 북핵협상 과정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만일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김 위원장이 핵 안보정상회의에 초청받는다면 이는 남북 정상회담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남측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인데다 남측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역사적 의미도 띨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정도 실현가능성을 가질 수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는 전제 자체가 쉽게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 사전조치 없이 6자회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우리 희망대로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고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밟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가 전제임을 확인시킨 만큼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당장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중단'폐기 역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기본적 전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실현가능성 자체보다도 '원칙을 지켜내는' 북핵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일단 '공'을 넘겨받은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는 국면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구상에 화답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론 고수와 강경 이니셔티브를 확인한 이상 당장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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