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의 작가가 모작한 뒤러의 '기도하는 손'
이른바 '이발소 그림'이 그림 수요의 큰 부분을 담당한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실내에 그런 그림 한두 점을 걸어두고 장식효과는 물론 명화에 대한 감상욕구를 채웠다. 그 중 흔했던 것이 밀레의 '만종'을 모사한 것.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그 작품은 사실 미술사적으로는 평가가 냉혹한 편인데 대중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높았다.
양손을 합장한 이 그림은 16세기 초 알브레히트 뒤러의 드로잉 작품 '기도하는 손'이다. 사도들을 그리기 위해 만든 습작이지만 이 그림 단독으로도 유명하다. 신앙심의 구현이자 상징으로, 19세기부터 많은 복제가 이뤄져 독일 중산층 가정을 장식했다.
그런데 사진의 그림은 실은 한 무명작가의 모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벼룩시장을 구경하다가 한 어린 꼬마로부터 직접 산 것인데, 솜씨로 보아 아마도 그림에 취미를 가진 아마추어 작가거나 아니면 동판화의 기법을 익히는 중인 미술학도의 것인지 모른다. 누군지 모르지만 꽤 좋은 필체로 서명까지 마쳤다. 정밀한 선교를 보면 공들인 정성이 느껴져 나름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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