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우리 동창회] 경북 영천고등학교 총동창회

입력 2011-05-06 10:21:33

유별난 후배사랑 자랑…직장·기수별 장학회 매년 일정액 기탁

총동창회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한 동문들이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영천고 총동창회 제공
총동창회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한 동문들이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영천고 총동창회 제공
매년 산행대회를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있다. 영천고 총동창회 제공
매년 산행대회를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있다. 영천고 총동창회 제공
한태천 총동창회장
한태천 총동창회장

'진실, 긍지, 패기의 교훈 아래 땀과 열정으로 큰 꿈을 실현하자.'

영천고는 6'25 전쟁 중에도 자녀의 교육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학부모들의 열망으로 1951년 12월 1일 개교했다. 당시 40여 명의 1회 입학생들은 개교 이전에 조양각과 영천중학교의 신축 건물에서 공부했다.

개교는 했지만 교실과 교사가 없어 당시 학생들은 영천중학교 강당에서 영천중 선생으로부터 수업을 받았다. 1952년 4월 인사발령으로 교감과 교사를 배정받은 뒤 그해 9월 15일에야 미군 원조물자로 교실 3개를 갖춘 임시교사를 완공했다.

1963년 7월 31일 영천시 야사동 178-1번지로 교사를 이전했으며 1964년 3월 1일 영천중학교와 통합돼 중고 병설학교로 운영됐다. 1976년 9월 1일 영천중학교와 분리됐으며, 영천중학교는 1983년 2월 22일 문내동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총동창회는 한용규(7회'73) 동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77년 1월 3일 모교사무실에서 5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어 결성됐다. 한용규 동문은 "개교 이후 초창기에는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일부가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구에 있는 고교에 다녀 통학생이 1천여 명이나 됐다"며 "대학에 진학한 소수를 제외한 동문들이 사회에 진출해 기반을 다지기에 바빠 총동창회 결성이 늦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아 졸업생 1만1천여 명을 배출한 영천고는 총동창회의 재결집과 학교시설 투자를 발판으로 명문고로 도약하고 있다.

한태천(20회'58) 총동창회장은 "작년 3월 5일 취임하기 전에 기수별 동문모임 27곳이나 찾아가 협력을 당부했다"며 "동창회 활성화를 발판으로 모교의 명문고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모교사랑' 장학모임 활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된 영천고가 올들어 학교 시설개선을 바탕으로 명문고로 부상하고 있다.

학교 본관은 이미 리모델링을 끝냈으며 7월 완공 예정으로 신축 공사 중인 별관 3층 건물에는 시청각실, 기술가정실, 음악실, 미술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기숙사도 증축해 136명으로 수용인원을 늘리고 4인1실 기숙실, 자율학습실, 모듬학습실, 휴게실, 정보학습실 등을 갖출 계획이다. 낡은 체육관 시설도 현대화하고 풋살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도 갖췄다.

2010년에는 경북도내 사교육 없는 학교 최우수 고교로 지정돼 경북도 교육감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생을 꾸준히 배출하는 등 영천지역에서 4년제 대학 진학률이 73.5%로 가장 높다고 자랑했다.

총동창회도 영공장학회, 청맥회, 재울영고동문회, 재경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장학기금 조성에 적극 나서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천고 출신 영천시청 공무원 98명으로 구성된 영공장학회는 매년 장학기금 500만원을 기탁하고 있으며 모교의 각종 행사에도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달 자동이체로 1만원을 내며 길'흉사 때 부조금은 모임에서 전달하지 않고 오로지 장학기금만 모으고 있다.

22회부터 45회까지 동문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청맥회도 매년 모교에 장학기금 500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명진(31회'47) 청맥회장은 "친목보다 후배들을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15년 전 동문들의 뜻을 모아 모임을 결성했다"며 "매달 모임에서 내는 회비 2만원을 모아 전액 장학기금으로 맡긴다"고 말했다.

울산에 거주하는 동문 200여 명으로 구성된 재울영고동문회도 매년 장학기금 200만원과 각종 행사 지원금을 포함해 총 500여만원을 맡기고 있다. 김명수(27회'51) 재울영고동문회장은 "20여년 전 모교 방문 때 총동창회 대신 선배들이 개인적으로 물품을 구입해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후배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1987년부터 꾸준히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의 추억

한태천 총동창회장은 "처음으로 입학시험을 거쳐 입학해 2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의 특별지도 하에 엄청 맞으면서 공부했다"며 "어려웠던 시절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당시 학생들은 하루도 맞지 않으면 엉덩이가 근질거렸다"며 "선생님의 엄한 가르침 덕분에 20회 동기생 중 아직도 공직에 있는 사람이 40명 정도 된다"고 했다.

한용규(7회) 동문은 "6'25 전쟁으로 당시 비교적 부농이었던 집의 농토가 탄약고, 포로수용소로 징발돼 하루아침에 거지꼴이 됐다"며 "끼니조차 구할 수 없어 초등학교 졸업 후 신문배달, 소방서 급사 등을 전전하다 휴전협정 후 농토의 일부가 해제돼 3년 늦게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모집을 통해 영천고에 진학한 뒤 동기들보다 1년 후배인 3학년생에게 말을 놓다가 담요를 덮어쓰고 얻어맞았다"며 "중장거리 달리기 대회에서 1위를 한 뒤부터는 3학년생들이 꾸짖지 않았다"고 했다.

경북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황영현(13회) 동문은 "당시 경북고, 대구고 등에 근무하던 교사들이 순환근무지로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을 선호해 영천고에는 우수한 선생님들이 많았다"며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동기들 중 졸업 후 경북대에 3명이나 진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이어 "학교 앞 자취방의 주인이 밤 12시를 넘어서는 절대로 불을 켜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검은 보자기로 문을 가리고 밤을 새워 공부했다"며 "주말마다 화산면 당지리의 고향집으로 가서 쌀과 김치단지를 등에 지고 오거나 강가의 우물에서 물지게로 물을 지고와 마시던 자취생활의 고달픔은 어려웠던 시절에 누구나 겪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명수 재울영고동문회장은 "학창시절 태권도를 즐기며 씩씩하게 생활했던 영천고와 고향을 못잊어, 울산에서 생활하지만 아직도 영천시 망정동에 주소를 두고 세금도 영천시에 내고 있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재울영고동문회, 재울현대차영천향우회, 재울영천향우회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모교를 빛낸 동문들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을 굽어보며 주남벌의 기상을 간직한 영천고 동문들도 모교의 명문고 도약과 고향발전을 기대하며 사회 각계 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관계에는 김준호(5회) 전 영천시의회 의장, 이태곤(14회) 전 영천시청 국장, 김상옥(19회) 전 고양시의회 의장, 전종천(26회) 영천시의회 부의장, 김영모(32회) 영천시의회 총무위원장, 정낙온(33회) 영천시의회 의원, 조용제(20회) 대구 동구청 국장, 이태형(24회) 경주소방서장, 권오정(23회) 행정안전부 과장, 이경환(23회) 대전시청 과장, 이성해(23회) 경북도청 행정사무관 등이 있다.

교육계에는 황영현(13회) 경북대 교수, 한태천(20회) 경운대 경찰행정학부장, 정극원(25회) 대구대 법대학장, 정운채(21회) 국방대학교 교수, 김이식(36회) 계명대 교수, 최완우(13회) 청통초교 교장, 이창환(17회) 영천전자고 교감, 박민현(19회) 영동고 교장, 정훈석(23회) 성남여고 교장, 윤창희(18회) 아화초교 교장, 양연규(23회) 경남도교육청 장학사 등이 있다.

법조'경찰계에는 김선근(36회) 서울종합법무법인 변호사, 손성락(36회) 삼성그룹법무팀 변호사, 이준형(22회) 울산남부경찰서 경감, 박동준(36회) 울산지방경찰청 경정 등이 있다.

재계에는 김팔수(20회) 서희건설 부사장, 박흥석(23회) 대명그룹 총괄사장, 김유태(24회) 삼성전자 본부장, 이제진(31회) 고려약품 대표, 이윤희(20회) 기업은행 부행장, 전재갑(20회) 기업은행대구경북본부장, 성영근(20회) 영천농협 상임이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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