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십자가 시신' 자살에 무게 … '혹시 살인?' 남는 의문들

입력 2011-05-05 01:27:07

경찰의 현장수사 장면, 화살표 지점을 보면 십자가가 어렴풋이 보인다.
경찰의 현장수사 장면, 화살표 지점을 보면 십자가가 어렴풋이 보인다.

경찰이 십자가에 대못이 박혀 죽은 채 발견된 김모씨 사건에 대해 타살보다는 자살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지만(본지 5월4일자 4면보도) 경찰 밖에서는 과연 이 같은 엽기적 방식의 자살이 가능하냐는 의문과 단독자살로 보기에는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살추정

경찰이 자살로 추정하고 있는 당시의 정황을 살펴보면 만약 김씨가 십자가에 손등을 놓고 망치질을 할 경우 한 손은 가능하나 다른 한 손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씨는 못대가리가 없는 양끝이 뾰족한 대못을 십자가에 먼저 박고 핸드드릴로 손등에 구멍을 낸 뒤 그대로 박힌 못에 손을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또 허리와 목을 감은 노끈과 줄이 김씨가 직접 매는게 가능한 앞쪽에서 매어져 있는 점, 우측 옆구리 상처도 각도 등으로 볼 때 스스로 흉기로 찌른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자살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발은 못대가리가 있는 대못이 관통한 채 박혀졌으며 김씨가 드릴이 아닌 망치로 직접 내리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경찰의 추정대로라면 김씨는 먼저 십자가 양 날개 부분에 대못을 박아 놓았다. 그리고 구부린 자세로 양발에 대못을 각각 친 뒤 일어나 노끈과 줄로 목과 허리 다리 등을 매고 마지막으로 드릴로 손등을 각각 뚫은 뒤 못에 끼워 넣는다.

◆터미네이터나 가능한 불가사의

이 같은 추정을 놓고 의학계 등에서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나 가능하지 인간이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사람이 가공할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발에 대못을 망치로 박는다는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인데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가능했다 하더라도 발바닥이 관통된 상태에서는 거의 일어 설 수 없다는 것이 의학계 등의 견해다

그런 상황에 한쪽 손등에 구멍을 내고 그 손으로 나머지 손에 구멍을 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십자가는 의자가 없다.

발등에 못이 관통한채 몸을 지탱할 수도 없는 그 상황에 기절하지 않고 자살 진행 메뉴얼대로 손등을 드릴로 뚫고 목을 매고 허리를 매고 중도실패 없이 완벽한 예수의 처형 모습을 단독(?)으로 재연했다.

이번 사건은 누구의 도움이 있다하더라도 불가사의한 사건이라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도 높다.

한편 문경경찰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등 각종 도구들을 김 씨가 혼자 제작하고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며 최근 1년간 김 씨의 통화내역을 밝히는 조사도 함께 벌이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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