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법도 배워야" 좋은 목소리가 돈이 되는 세상

입력 2011-05-03 09:29:02

사투리때문에 취업 안돼 학원강사라서 화법 절실

2일 오후 찾은 동성로의 아나피치 방송아카데미에서 취업준비생과 모델지망생들이 동영상을 보며 스피치 훈련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찾은 동성로의 아나피치 방송아카데미에서 취업준비생과 모델지망생들이 동영상을 보며 스피치 훈련을 하고 있다.

목소리 성형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영업 경쟁력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직장인은 물론 말하기가 제3의 스펙으로 떠오르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말하기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과거 대구를 통틀어 한두 곳에 지나지 않던 스피치학원이 최근 동성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웅변학원에 지나지 않던 스피치 기술이 음성 트레이닝 등 직종과 목적에 맞게 세분화되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문 스피치학원이 수도권을 넘어 대구에도 대거 상륙하고 있다"고 말했다.

◆팽창하는 목소리 성형 시장

2일 오후 찾은 동성로 아나피치 방송아카데미. 원탁에 둘러앉은 수강생들이 저마다 입풀기 연습을 하더니 또렷한 발음으로 방송 대본을 읽어 내려간다. 한편에선 캠코더에 찍힌 자신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난상 토론에 나서기도 한다.

수강생들도 다양하다. 수성구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베테랑 학원 강사, 대학 교수진부터 사투리 탓에 소개팅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는 여대생까지 말하기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이들이 속속 학원 문턱을 넘고 있는 것.

특히나 과거 웅변 학원처럼 단순한 논리적인 화술을 넘어 목소리 톤까지 바꾸는 등 세분화된 화법을 배우려는 목소리 성형족이 몰리고 있다.

아나피치 최윤정(32'여) 원장은 "취업, 면접, 제품이나 사업설명회, 강의 그리고 선거연설 등 현대인들에게 스피츠는 꼭 필요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며 "최근에는 화법이 웅변 수준을 넘어 목소리에 이미지를 입히는 보이스 트레이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1년 새 동성로를 중심으로 목소리 트레이닝 학원 8곳이 생겨났고 성업 중이다. 성악을 전공한 김종남(39) 씨도 최근 보이스 전문 클리너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의 '2030 청년 창업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이스 클리닉 센터를 창업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말하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스피치 시장이 틈새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말하기 열공 중

대학가에서도 스피치 열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투리' 핸디캡을 극복해 좀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지망생들이 스피치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김은희(23'여) 씨도 지난주부터 동성로 한 스피치 학원을 찾고 있다. 평균 4.3대의 고학점과 각종 봉사활동, 제2외국어 등 남부럽지 않은 스펙이지만 좀체 떨어지지 않는 사투리를 교정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 아래에선 스펙은 기본이고 편안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목소리까지 갖춰야 면접관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과 친구들 중에서도 스피치 학원에 등록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혀 짧은 소리가 큰 콤플렉스였다는 이형종(28) 씨도 "스피치 훈련을 받기 전에는 수십 군데 회사에서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는데 화법을 다듬은 뒤에는 원서를 넣은 5군데 회사 중 3곳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에 관련 과목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대경대학은 올해 초 보이스 트레이닝 과목을 새로 개설했고, 대구 동산병원은 두 달 전 국제보이스 클리닝 센터를 개원했다.

대경대 한 관계자는 "말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능력"이라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남을 설득해야 하는 직종이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생겨나는 만큼 앞으로 스피치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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