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공개 연찬회, 주류·비주류 격돌
4·27 재보선 패배 충격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수습책을 놓고 계파별로, 지역별로, 세대별로 각기 다른 주장을 쏟아내며 방향 감각 없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체질 개선 등 당의 전면적 쇄신 방향, 선거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폭발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2일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 비공개로 연찬회를 열고 당 쇄신 방안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3일까지 이어지는 연찬회의 형식은 시간'주제 제한이 없는 난상토론이다. 연찬회 개최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여만의 일이다.
핵심 쟁점은 내년 총선·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체질 개선'이었다. 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비롯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새 지도부 출범 등 향후 당 리더십과 맞물려 있는 문제다.
주류, 비주류 두 진영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획기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살리느냐, 국민 뜻을 외면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느냐의 갈림길이다"며 "국민의 회초리를 뼈아프게 느끼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소중한 첫 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된 김태호 의원은 "작은 의미의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거운동 중에 느꼈다"며 "실제 바닥에선 서민 아닌 부자 위한 당이란 이야기가 많다. 우리가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책임론과 새 지도부의 모습 등에 대해서는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주류 측은 '주류 무한책임론'을 내세운 반면 비주류 측은 '주류 독식 불가론'을 주장했다. 다만 주류 측은 분위기를 고려해 연찬회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기보다 경청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연찬회에서 주류 핵심 인사의 2선 후퇴를 주장, 격론이 벌어졌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앞서 1일 기자들과 만나 "당과 정부 내에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사람이 많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지를 깎아 먹는 사람은 뒷자리에 계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친이상득계와 친이재오계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김성식'김성태'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 의원 10여명은 1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하고 당'청 관계 재정립 및 정책기조 전환을 위한 당 리더십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비롯해 재보선 패배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조기 등판론', 차기 원내대표로 적합한 중립 성향 인사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체질 개선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6일 실시될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측은 출사표를 던진 안경률'이병석 두 의원 중 한 명이 맡는 게 순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 등 비주류 측은 "반성도 없는 친이계 원내대표는 안 된다"며 중립 성향인 황우여'이주영 의원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주류 아바타에서 또 다른 주류 아바타로 바뀌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당권'대권 분리규정 폐지 및 완화 ▷국민참여 경선을 통한 공천 문제 ▷여권의 정책기조 전환 문제 등 쇄신을 위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도 이어졌다.
소장파들은 당청 관계 변화와 서민 위주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집권 후반기엔 당이 주도권을 갖고 끌고 나가야 한다"며 "서민 대책과 감세 폐지 등 정책 기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도 "당 중심의 당청관계를 통해 친서민 정책 노선이 피부에 와 닿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당 대표를 놓고는 '젊은 대표론'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원내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연찬회에서 "국책사업을 하면서 지방의 지지 기반을 상실했고, 그 영향이 수도권에 미쳐 총선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 전에 대권 후보 결정을 위한 프라이머리를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또 신지호 의원도 '대선 후보가 대선 1년반 전에 사퇴해야 하는 규정을 풀어야 한다"며 "힘 있는 분이 당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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