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퇴직 후에나?…퇴근 후 곧바로 '도심귀농 시대'

입력 2011-04-30 07:40:36

옥상·자투리땅 활용, 주목 받는 도시농업

칠곡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시민을 대상으로 텃밭을 분양했다.
'달서구 도심속 농부학교' 수강생들은 이달 16일 텃밭 농장에서 첫 실습을 가졌다.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내 조성한 텃밭.
칠곡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시민을 대상으로 텃밭을 분양했다.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내 조성한 텃밭.

도시를 떠났던 농업이 도시로 돌아오고 있다. 건물 옥상'아파트 발코니'자투리 땅 등을 활용해 채소를 기르는 도시농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막론한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일본 등에서는 일찌감치 도시농업 바람이 불었다. 미국 뉴욕, 독일 뮌헨에서는 빌딩 숲에서 밭을 일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건물을 지을 때 아예 도시농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기를 정도로 도시농업 마니아다. 국내에서도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도시농업네트워크가 출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도봉구가 도시농업 원년을 선언한 뒤 텃밭을 분양했다. 울산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업과 시민단체가 텃밭상자 보급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도시농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도시농업 기반구축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시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도시농업과 주말농장 차이

공간적 개념부터 차이가 난다. 주말농장이 주로 도심 근교에 위치해 있는 반면 도시농업의 텃밭은 말 그대로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농사를 짓는 형태도 다르다. 주말농장의 경우 밭갈이'거름 주기 등 농사 짓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일을 대부분 텃밭 분양자가 해준다. 분양받은 사람은 1주일에 한 번꼴로 주말농장을 방문해 잡초 제거 등 간단한 일만 하면 된다. 하지만 도시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든 농사일을 직접 해야 한다. 주말농장에 비해 도시농업은 농사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배 이상 소요된다. 주말농장이 취미의 개념이라면 도시농업은 농사의 개념에 더 가깝다. 도시농업이 전통적인 농업과 다른 점은 농사를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농사일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왜 도시농업인가

세계가 도시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도시농업이 가진 다원적 가치 때문이다. 도시농업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사막 같은 도심에 푸른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도심에 나비가 날아오고 텃밭 식물들은 다양한 유해가스를 흡착해 도시를 정화시킨다. 특히 건물 옥상에 조성된 텃밭은 조경 효과뿐 아니라 여름에는 실내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실내온도를 높여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변화에 지친 도시민들에게는 정서적 여유도 가져다 준다. 도시농업이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는 '도시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이유다.

도시농업은 교육과 도심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한다. 자녀들에게 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알려주고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감도 키워 줄 수 있다. 텃밭이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만남의 장소가 되면서 개인화되어 가는 도시 생활에 공동체 가치도 심어준다.

먹을거리 불안이 가시지 않는 요즘, 안전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도 된다. 16㎡(5평) 정도의 텃밭이면 한겨울을 제외하고 한가족이 먹을 대부분의 채소를 수확할 수 있다. 또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할 경우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유엔 미래포럼은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의 80%가 도시지역에 거주한다고 예측했다. 녹지에 대한 도시민들의 향수가 커지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2009년 도시생태농업 연구를 진행했던 김용범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농업이 갖는 순기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시가 메마를수록 대안적 여가활동으로 도시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하고 정책적인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

유럽에서 도시농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독일이다. 이미 1800년대 클라이 가르덴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도시농업을 활용했을 정도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도시농업과 관련된 협회와 커뮤니티만 1만5천여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주택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주는 회사도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미셸 오바마가 조성한 텃밭이 단연 화제다. 미셸 오바마는 2009년 3월 백악관 뜰에 텃밭을 조성해 1년 동안 50여 종의 농산물 900㎏ 이상을 수확했다. 지난해에는 텃밭을 확장하고 벌통까지 놓아 꿀을 채취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텃밭가꾸기 책도 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뉴욕은 1980년대부터 도시농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 지역이다.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개 이상이 있다. 뉴욕의 유니온스퀘어에서는 도시농업인들이 기른 화훼와 농산물을 거래하는 그린마켓이 열린다. 최근 뉴욕에서는 도시농업에 디자인을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2008년 Museum PS1에서는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텃밭 조성을 위한 어번 파밍 건축물 콘테스트가 열렸다.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8천 곳이 넘는 도시 텃밭이 있으며, 밴쿠버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텃밭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국회의사당 인근 땅을 도시농장으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도쿄 긴자 거리에서 친환경 쌀을 수확해 보자는 '긴자고메즈쿠리'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쿠바의 경우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에 따라 식량위기가 닥치자 도시농업을 통해 식량의 90%를 조달하고 있다.

◆지역 사례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이달 5일 지역 최초로 '도시농업 복덕방'을 개소했다. 개인 또는 단체,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도심 유휴지를 활용하면 도시농업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토지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추진하게 된 사업이다. '도시농업 복덕방'은 도시농업을 원하지만 땅을 갖지 못한 사람과 유휴지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토지 활용 계약은 도시농업자와 땅 주인이 개별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제공받은 땅에서는 친환경 농사(무농약'무화학비료'무비닐)만 지어야 한다는 것. 토지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텃밭나눔 증서, 분양받은 사람에게는 귀농운동본부가 제작한 텃밭 매뉴얼이 제공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우리 종자를 보존하고 도시농업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종자 보급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확보한 우리 종자는 찰옥수수'팥'메주콩'조'수수'들깨 등 7종으로 모두 농촌을 돌며 직접 확보한 것들이다. 받은 양만큼 수확 후 돌려준다는 조건만 지키면 종자는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보다 많은 우리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종자 기증도 받고 있다. 053)983-9798.

또 이달 13일에는 달서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달서구 도심속 농부학교'도 개강했다. 농부학교 수강생들은 총 40명. 대부분 농사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로 40, 5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참가 대상이 달서구 주민으로 한정한 이유는 달서구청이 토지를 제공했기 때문.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돼 있는 농부학교 교육은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송현교 인근에 있는 661㎡(200여 평)의 텃밭농장에서 실시되는 실습 교육에서는 농작물 키우는 기술뿐 아니라 천연거름 만들기 등 친환경 농업을 배울 수 있으며 교육이 10월 22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파종에서 수확까지 농사 전 과정도 체험할 수 있다.

이달 16일 처음으로 실시된 실습에서는 텃밭 계획하기, 잎채소 씨뿌리기 등의 수업이 이뤄졌다. 실습 강의는 2008년 귀농해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석민 씨가 맡았다.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수강생 박승자(55'여'달서구 송현동) 씨는 첫 실습을 마친 뒤 귀농의 꿈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 출생으로 결혼을 하면서 대구에 둥지를 튼 박 씨는 오래전부터 전원생활을 동경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 입주할 때 남들이 기피하는 1층을 얻었다. 1층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조그마한 정원이 탐났기 때문. 박 씨는 아파트 정원에서 꽃과 채소 등을 길렀지만 성에 차지 않아 남편이 은퇴하자 본격적으로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고령군에 농지를 구입한 박 씨는 농부학교를 통해 귀중한 농사 교육을 받고 있다. 그녀는 "농사일이 힘들다며 주변에서 만류도 하지만 경기 파주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부모님 집에 가면 너무나 마음이 편해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농부학교에 다니면서 귀농의 꿈에 부풀어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2기 대구생태귀농학교 수강생도 모집중이다. 귀농운동본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2기 귀농학교는 5월 24일부터 7월 26일까지 운영된다. 귀농희망자뿐 아니라 생태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해 친환경생태농업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선착순 40명 모집. 일반 12만원, 후원회원 10만원(현장 실습비 별도).

칠곡군도 친환경 농산물재배와 녹색농업 체험을 위한 도시민 텃밭을 이달 30일 개장한다. 도시민 텃밭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사업을 올해 확대한 것. 텃밭은 도심과 가까운 석적읍 망정리, 지천면 덕산리 2개소에 각각 1천984㎡ 규모로 조성돼 있다. 칠곡군은 도시민 텃밭 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도시근로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100명의 분양자를 선정했다. 석적읍 망정리 텃밭의 경우 석적읍 거주자 50명, 지천면 덕산리의 경우 왜관읍 거주자 20명과 대구 거주자 30명 등 50명이 1인당 33㎡(10평)을 분양받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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