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 동시 浮上…정권 재창출, 탈환이냐 '안갯속 쟁투'

입력 2011-04-30 07:45:02

4·27 재보선 이후 정치지형 급변…여야 대권잠룡 10인의 판도 변화는?

4·27 재보선으로 여야 대권주자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이자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었던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하면서 정권 재창출이 안갯속이다. 가장 큰 야당인 민주당은 원외였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성남시 분당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면서 진보층 결집에 파란불을 켰다. 정치권은 박근혜 독주 가도가 재편되고 야권의 대권 선두주자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위세가 손 대표에게 옮아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의 대권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이제는 승부수를 던질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천막당사'의 당 대표 이후 큰 무리 없이 자연스레 대권주자군에 속해 있던 박 전 대표에게 원외로서 민주당 대표 경선에 당선되고 이번 분당을까지 챙긴 손학규 대표가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재보선 참패 책임으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박근혜 역할론'이 제기되면서 위기의 당을 구하고 대권에까지 도전하라는 압박이 나온다.

박 전 대표도 이런 역할론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가능성을 열었다. 친이, 친박, 중립, 소장파 모두 박 전 대표 쪽을 쳐다보고 있어 당내 분위기만큼은 좋다. 하지만 '국민은 역전승을 원한다'는 정치학계의 논리도 있는 만큼 손 대표만큼의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 몸조심하는 듯한 자세로는 본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율이 30%를 웃돌지만 야당은 '야권 단일화'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고, 지지율 역전도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실험대에 올라 이를 돌파하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민심은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은 '생물'(生物)임을 이번 재보선 결과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온 강원과 성남시 분당을이 무섭게 야성(野性)을 드러냈다.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저지로 얻게 된 충청표심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문제로 원점이다. 특히 수도권은 전국 평균 지지도를 훨씬 밑돈다. 최대 승부처에서 상대적 열세를 보인다는 점은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 할 한계다.

이런 가운데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달 초 자신의 싱크탱크인 '해밀을 찾는 소망' 주최로 공천제도 개혁 토론회를 열었고 의원총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와 함께 유력 주자인 박 전 대표와는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이달 초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신공항 재추진'이라는 박 전 대표의 말에 "철저한 표 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번 재보선 직후에도 정 전 대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권 주자도 당권을 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자신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보겠다는 풀이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조직 장악력이 약하고 계파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여전히 치명적이다. 또 대권주자로서의 지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대권 도전을 은근히 시사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번 재보선 패배로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친이재오계 줄세우기(?) 회동을 연 이 장관은 당내에서 분당을 패배의 원인제공자라는 책임을 비켜갈 수 없게 됐다. 끝까지 만지작거렸던 '분당을 정운찬 카드' 탓에 분당을 지역민들이 당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올 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자신의 출생지를 경북 영양에서 강원도 동해로 수정했다. 강원도 출생이라는 점을 밝혀 자연스럽게 탈대구'경북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친이계의 또 다른 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사이도 좋지 않다. 6일 예정된 당 원내대표 후보에 안경률 의원을 내세우면서 이병석 의원을 내세운 이상득계와 맞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친이계가 이재오와 이상득 두 사람 계파로 세(勢)가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친이계로 분류할 수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재보선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두 사람 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대권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공개적으로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와 비등해지는 형세가 전개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양자 구도로 판이 굳어지기 전에 얼굴을 내자는 계산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지금처럼 답보상태를 계속할 경우 김 지사는 '보수층 개혁'을 외칠 수 있고, 차차기를 노리고 있다는 오 시장은 무상급식 논쟁을 공론화시키면서 보수층을 안으려는 행보를 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변화상 주목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분당을에서 물리침에 따라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했다. 진보정당의 수장이 보수 성향의 중산층이 대부분인 분당에서 승리를 거둬 한나라당의 존재기반을 위협한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념적으로는 중도, 소득수준으로는 중산층,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유권자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대통령 후보가 결국 청와대 주인을 맡아 온 전례를 감안하면 '분당에서 전직 한나라당 대표를 이긴 민주당 대표'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당내 분위기까지 손 대표에게 기울고 있다. '당을 위해 죽어서 살겠다'는 각오로 출마한 '적지'에서 압승하면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뗄 수 있게 됐다.

반면 야권에서 대권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과의 신경전 끝에 출마시킨 이봉수 후보가 낙선하면서 '독선에 가득 찬 고집쟁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자신에 대한 각종 비난을 '본선 승리'로 무마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펼쳐진 선거에서 친노 진영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유 대표는 '안방을 내주었다'는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유 대표의 '본선 득표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해을 선거구에 출마한 야권 단일후보 선정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봉합할 수 있었던 것은 친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 때문이었다"며 "선거 패배로 유 대표는 발언권이 극도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패배(2007년)→제18대 총선 서울 동작을 낙선(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당선·2008년)→정치적 귀양 성격의 미국생활(2008∼2009년)→전북 전주 덕진구 국회의원 재선거 무소속 당선(2009년)→복당 후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2010년).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선 실패 후 걸어온 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낙선은 약점으로 간주된다. 평가가 후할 수 없다. 비주류로서 이번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손 대표 출마를 종용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민주당 입장에서는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보를 다음 대선에 다시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최고위원의 딜레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도 대권 경쟁자인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보궐선거 승리는 무척 부담스런 일이다. 손 대표에게 당 대표 자리를 내주었을 뿐 아니라 4·27 재·보선으로 손 대표만 저만치 앞서나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물론 자신의 재임기간 중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가 손 대표의 분당을 당선에 가려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 최고위원이 '관리형 대표'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여론을 주도할 만한 이슈를 선점하고 지지층을 형성할 수 있는 파이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두 번이나 대선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보수정권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에 속을 끓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았던 분당에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위기감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이 대표는 '보수지만 같은 보수가 아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보수대연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항상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다시 출마하게 된다면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내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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