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금연 보조제 '각광'… 제2의 중독 '위험'

입력 2011-04-30 07: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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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없고 흡연 욕구 해소…피우는 횟수 늘어 발암물질 검출 등 부작

금연 상품으로 전자 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 담배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금연 상품으로 전자 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 담배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요즘 인기 금연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담배의 '명암' 이 엇갈리고 있다.

대구 시내 곳곳에 전자담배 판매점이 들어서고 있고, 이용자 간 카페도 급증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것. 오히려 금연이 아닌 중독을 불러오는가 하면 안전성 또한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인기 끄는 전자담배

29일 대구 중구의 한 빌딩 복도. 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4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흡연실이 아니지만 2명은 담배를 피우는 듯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매캐한 궐련담배의 냄새는 없고 오히려 향긋한 블루베리 향이 났다. 마주 선 이들도 말하는 동안 담배연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신수지(30'여) 씨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냄새가 나지 않아 대화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동료를 보고 웃었다.

전자담배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담배 냄새와 건강을 이유로 기존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애용하고 있기 때문.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되거나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증기화시켜 흡입하게 하는 궐련형 제품을 말한다. 니코틴이 함유된 것은 전자담배로 분류돼 담배사업법의 관리를 받고,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것은 흡연욕구저하제(금연보조제)로 분류돼 약사법의 관리를 받는다.

대구지역 역시 2년 전부터 전자담배 판매점이 서서히 생겨나더니 현재는 곳곳에서 손쉽게 판매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급증했다. 대구 남구에서 전자담배 판매점을 하는 김경호(49) 씨는 "우리 회사 제품 판매점만 해도 대구에 30여 곳이 넘는다"며 "최근 여기저기서 오픈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판매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판매점만큼 매출도 급상승 중이다. 2007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전자담배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수입금액이 약 195만달러(약 22억원)에 달해 2008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성용(39)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2월까지 매출이 매달 30% 가까이 급증했다"며 "금연을 결심하는 이들이 주로 몰리는 시기에 전자담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인기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관련 카페에서도 드러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전자담배'로 카페를 검색하자 350개가 넘는 카페가 검색됐으며 회원 수도 카페마다 2만~3만 명씩이나 됐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이들이 꼽는 첫번째 용도는 건강을 위한 금연 도구용이다. 판매자 박재상(34) 씨는 "어머니가 20대 아들의 금연을 위해 구입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간접흡연을 걱정하는 아버지들도 구입한다"며 "주로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전자담배로 효과를 본 사람들이 친구에게 소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구입의 또 다른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일반 담배 냄새는 옷에 배 잘 없어지지도 않고 사람들이 싫어해 맘껏 피우기 힘들지만 전자담배는 냄새가 없다. 4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최구종(68) 씨는 "손자가 '할아버지 담배냄새 너무 싫어요'라고 대놓고 싫어하기에 냄새가 없는 전자담배로 바꿨다"며 "흡연 욕구도 채울 수 있고 냄새가 없어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니 좋더라"고 웃었다.

◆또 다른 부작용, 중독과 위험성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담배지만 부작용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먼저 담배를 끊지 못하듯 전자담배에 '중독'될 수 있다. 2달 전부터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는 최일호(36) 씨는 날이 갈수록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횟수가 늘고 있어 걱정이다. 최 씨는 "처음 전자담배를 피울 때만 해도 1주일에 한 번 구입하면 충분했던 액상 니코틴량이 2개월도 지나지 않아 2배로 늘었다"며 "하루 1갑이던 흡연 양이 2갑, 3갑으로 점차 늘어나듯이 전자담배에 중독된 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금연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자담배를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며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처럼 흡연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호'로 변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이디 'Jimi**'도 전자담배에 대해 "담배보다는 덜 나쁘겠지 하는 생각으로 피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걸 어떻게 끊어야 하는가 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중독과 함께 우려되는 것은 위험성이다. 한국소비자원 산하 소비자안전센터가 2009년 발표한 '전자담배 안전 실태 조사'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자담배 관리 방안 연구' 등에 따르면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4~31㎎ 검출됐다. 이는 일반 담배 못지않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과다하게 전자담배를 이용할 경우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와 안전성 논의를 위해 '전자담배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병원 금연클리닉 이철민 교수는 "전자담배 회사들이 주장하는 금연보조제라는 근거는 식약청 허가사항이긴 하지만 정작 식약청은 전자담배가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자담배는 흡연자가 자신이 어느 정도의 니코틴을 흡입했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 흡연할 때 일반 담배의 몇 배에 해당하는 니코틴을 흡수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에 의한 검증과 전자담배 성분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논문은 단 16건으로 대부분 '전자담배가 니코틴 갈망을 줄이지 못하고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에 전자담배를 구입한 김원근(37) 씨는 "전자담배 업체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 같은데 니코틴 함량과 발암물질 성분 등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는 매장은 찾을 수 없었다"며 "정부에서 앞장서서 전자담배에 대한 기준과 판매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판매업자인 손광호(44) 씨는 "외국에선 전자담배 판매를 위해 유해성분 검증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는데 한국에선 검증 승인 사례가 없다"며 "업체 간에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아직 정확한 판매규정 등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전자담배 구입과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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