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27 재보선 참패 수습카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기로 하자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도 면모를 새롭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에서 당정청의 전면쇄신을 요구하기도 전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먼저 "(청와대의) 면모일신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개편을 건의했다. 사실상의 사의 표명이다. 재보선 전날까지도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자신의 책임론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던 자세에서 180도 달라졌다.
내달 초로 예정됐던 소폭 개각도 청와대 개편과 맞물리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패배에 대해 이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우려하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이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겸허하게 살피면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전해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상표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 임 실장이 건의한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 사실을 전했다. 여당에서 제기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먼저 당정청 전면개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면모일신 건의를 사의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또 현재 청와대 분위기로는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교체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임 실장이 먼저 청와대부터 인적쇄신 카드를 제시하면서, 이 대통령이 당정청의 전면적인 개편을 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임 실장의 건의에 이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인적쇄신카드를 꺼내든 이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의 지도체제 개편이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 가늠할 수 없어 그에 걸맞은 청와대와 내각진용을 새로 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초로 예정된 개각 일정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특사 일정 직후 이뤄지는 대통령의 유럽순방 일정을 마친 후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 이후에야 당정청 전면 개편의 가닥이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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