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국민 외면 목격, 해법은 의원마다 제각각
벼랑 끝에 선 한나라당이 내놓은 당 쇄신 방향은 크게 '박근혜 역할론'과 '세대교체론 혹은 젊은 대표론'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한나라당이 싫다'는 민심과 친이'친박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분명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돌파를 위해서는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박근혜 역할론'과 더불어 '참신하고 혁신적인 젊은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어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힐 지 주목되고 있다.
'역할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 스스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28일 유럽3국 대통령 특사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제 위치와 입장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지지'를 위해 스스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역할론은 계파를 불문하고 '박근혜 시대'를 인정하고 나서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의 미래를 이끌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 당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권영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이제 나와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서초포럼 강연에서 "박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내 눈에는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주장했다.
친이계인 진성호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가치와 위상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친박계인 허태열 의원도 "친이'친박을 떠나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국민의 지지율이 높은 박 전 대표가 안 나오면 안 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민본 21'과 친이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보다는 참신한 젊은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본21은 ▷근본적인 당 쇄신과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당'정'청 관계의 재정립 ▷원내대표 선출 연기 등을 주장하면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텃밭인 분당을에서 패배한 만큼 당의 환골탈태를 상징하는 젊은 인사를 내세워 당의 체질과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정두언, 원희룡, 남경필 의원이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젊은 인사들이 전면에 서고 김형오, 홍사덕, 홍준표 의원 등 중진들이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한나라당의 쇄신주장은 백가쟁명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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