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찾아 뵐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쪽머리 곱게 올리고 예쁜 한복부터 챙겨요."
이달 14일 칠곡 성가양로원 위안잔치행사에서 만난 김순기(60'대구시 수성구 중동) 씨는 13년간 무료 민요봉사를 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노인시설을 찾아 맛깔나게 민요를 불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구성진 목소리로 민요를 부르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도 흥겨운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춘다.
민요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김 씨는 웬만한 소리꾼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소리를 해 왔던 것은 아니고 2003년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에서 민요를 좋아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그림속의 사랑노래'랑 만나게 되면서부터 소리 실력을 다져왔다. 2003년 12월부터는 대구 신일요양원을 시작으로 전국 요양원과 시설 등을 찾아 공연을 해왔다. 5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한 곳만 60여 곳. 공연을 들은 어르신들도 6천여 명이 넘는다. 그때부터 시작된 노래봉사가 벌써 13년째이다.
"창원 삼성요양원 마지막 순회공연 행사장에서 만난 박순자(103) 할머니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휠체어를 타시면서도 노래에 장단을 맞추시던 모습에 절로 눈물이 났어요."
김 씨는 흥겨운 노랫가락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즐거워하던 박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어르신을 잊고 지냈다. "지금까지 어르신이 건강하셨으면 좋을 텐데." 라며 말을 흐린다.
김 씨는 공연을 보러온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23세가 되던 해에 친정어머니를 잃었다. 남다른 사랑을 받은 김 씨에게 어머니의 사망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쉽지 않은 결혼생활도 역경으로 다가왔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47세 때에는 우울증과 노안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김 씨의 불행은 우연한 기회에 복지관에서 우리 소리를 배우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민요를 배우면서부터 '아사모(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봉사회'활동을 하게 됐다.
"생전에 어머니께 못다 한 효도를 다하고파 주 4, 5일을 노래봉사로 어르신들을 찾았다"는 김 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니 흐릿한 눈도 맑아지고 우울증도 극복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2008년에는 봉사시간 6천5백여 시간을 채워 대구시 남구자원봉사센터 우수 자원봉사자 부문 금상까지 받았다.
늘 곁에서 김 씨의 봉사활동을 지켜본 김동주 아사모 봉사회장은 "김 씨는 봉사회 분위기 메이커로 없어서는 안 될 회원"이라며 치켜세운다. 공연을 지켜 본 이복자(84) 할머니는 "고운 소리하러 언제 또 오느냐"며 "봉사자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의 활동을 봉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저 내 부모님 같은 마음으로 함께 노래하면서 즐겁게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7년 동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고 소외된 어르신들을 찾아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김 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소리꾼이 아닐까.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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