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24)] 쳇 베이커, 멜로디의 미적 요소 고민…절제와 부드러움 유지

입력 2011-04-28 14:03:43

대중음악계에서 많이 팔린 앨범이 꼭 훌륭한 앨범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은 많이 팔린 앨범을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재즈의 경우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서 인기 있는 음악가들의 예술성은 오해받기 일쑤다. 루이 암스트롱이 재즈를 유행음악으로 만든 일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유다.

비밥시대가 끝나고 교양적인 쿨재즈가 주류로 자리한 1950년대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쿨의 탄생'(Birth Of The Cool)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열린 쿨의 시대, 최고의 스타는 쳇 베이커(Chet Baker)였다. 쳇 베이커는 감성적인 트럼펫 연주와 가냘프고 정서적인 노래솜씨로 인기를 끌었다. 얼굴까지 잘 생겼으니까 젊은 여성팬들에게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쳇 베이커를 쿨재즈의 아이콘으로 말하는 평론가는 드물다. 쿨재즈 스타일의 특성을 최초로 시도했다고 알려진 스윙시대의 거장 레스터 영이나 마일스 데이비스가 쿨재즈를 창안할 때 조력자였던 길 에반스, 리 코니츠 정도라야 시대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쳇 베이커가 특정 시대 음악스타일을 상징하지 못하는 것은 음악인 이전에 스타였기 때문이다.

쳇 베이커의 음악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앨범은 1956년 발표한 '쳇 베이커 싱즈'(Chet Baker Sings)다. 앨범은 지금까지도 애청되고 있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My Funny Valentine),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지리'(I Fall In Love Too Easily) 같은 대표곡들을 담고 있다. 다소 불안한 듯 하면서도 묘한 매력으로 가득한 앨범은 쿨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많이 팔린 보컬 재즈 앨범 가운데 하나이다. 이 때문에 쳇 베이커의 트럼펫 연주는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실제로 무대에서 실수를 자주 하기도 했는데 몇몇 앨범에서 실수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싫었던지 비밥 스타일의 앨범 '쳇 베이커 인 뉴욕'(Chet Baker In New York)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절제되고 부드러운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그리고 보컬만을 강요하는 음반사, 역시 보컬만을 원하는 대중들의 요구와 갈등하게 된다. 결국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들었고 198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다.

쳇 베이커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가혹하다.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재즈 앨범 가운데 이름을 올리지만 입문을 갓 넘어 선 수준에서 들을 만한 음악으로 평가받을 뿐이다. 쳇 베이커는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했던 음악인이다. 그리고 평생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했다. 무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멜로디의 흐름을 이어가는 능력은 어떤 음악인보다 탁월하다. 낭만과 서정이 빠진 음악에는 논리만이 남는다는 것을 잘 아는 음악인이었기 때문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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