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선 180억원 피해"
수법이 많이 알려져 한풀 꺾였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한 단계 진화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경찰청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놓고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단은 일단 기존 방식대로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린 뒤 경찰청 홈페이지에 피해 사실을 직접 신고하라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그 사람들이 수사관이라고 얘기하고 제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알고 있으니까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고하러 접속한 경찰청 홈페이지가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어 까맣게 속은 피해자들은 비밀번호 등 금융 정보를 고스란히 입력시켰다. 일당은 빼돌린 금융 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인터넷뱅킹을 통해 돈을 가로챘다.
이런 유사한 보이스피싱이 중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9개 성(省)의 공안기관과 타이완'필리핀 경찰의 연합작전으로 대대적인 보이스피싱 단속에 나서 21개 성에서 451건을 적발했으며, 피해액은 1억4천만위안(약 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사기 금액이 가장 큰 곳은 운남성 경홍시였다. 지난해 11월, 경홍시 여명파출소에 한 명의 여성 피해자가 찾아왔다.
그녀는 보이스피싱으로 2천만위안(약 36억원)에 달하는 회사 유동자금을 사기당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피해자가 가져온 예금증서를 조사한 뒤 사기당한 것을 확인했다. 운남성 경홍시 공안당국은 바로 상부에 보고했다.
같은 날 흑룡강성 하얼빈 공안기관도 20여만위안을 사기당했다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았다. 11월 16일엔 베이징서 1천300만위안, 쓰촨성에서 700여만위안, 후베이 충칭 등 유사한 금융사기 사건 신고가 줄을 이었다.
공안기관은 조사 결과 모든 전화금융사기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날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총책은 대만 사람이며 대규모 사기집단으로 전화로 사기를 친 후 은행카드로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사취했다. 공안기관은 국내 9개 성은 물론 멀리 필리핀까지 가서 조사를 벌인 결과 사기집단의 근거지를 알아냈다.
지난해 12월 27일, 중국'대만'필리핀에서 검거작전에 나섰다. 이번 검거에서 40곳의 범죄 근거지와 200여 명의 범죄혐의자를 붙잡았으며 1천만여위안이 든 통장을 찾아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된 수천 장의 은행카드가 대부분 훼손, 많은 피해자의 손실 총액을 추적하기는 어려웠다.
운남성 공안청 처장은 "사기단은 우선 인터넷이나 현대 통신기술을 이용한다"며 "공공기관의 가짜 전화번호나 공공기관원을 사칭한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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