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미국의 핵심이익과 글로벌 리더십

입력 2011-04-25 10:47:04

북아프리카와 중동사태(MENA)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이집트와 리비아에 모여졌었다. 하지만 미국은 '예멘'을 주목하고 있었다. 브루킹스 등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발표한 주요 보고서의 내용들은 미국의 관심은 리비아도 사우디도 아닌 예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한 통찰력은 예멘의 살레 대통령이 향후 1개월 내 하야 할 것을 걸프연합국가회의(GCC)의 중재안에 합의한 것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쯤에서 MENA에 대응하는 미국의 모습에서 21세기 미국이 생각하는 글로벌 전략을 유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에는 3명의 주체가 있다고 한다. 정부, 기업, 가계가 그들이다. 굳이 활동의 정의를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한 것일 뿐,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역할이나 책임은 주로 이들 3명의 주체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안보와 치안, 사회복지 정책과 같은 거시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그 비용은 기업과 가계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충당한다. 흔히 국가를 '주식회사'로 부르는 이유다. 세금을 내는 기업과 가계가 곧 주주인 셈이다. 국가 경제는 외부세계와 교류의 폭이 넓어질수록, 자국의 이해가치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영역이 확대된다. 국가의 '이해관계'란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 대부분 크게 2가지 개념에서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국가의 이익이라는 점과 둘째, 공공을 위한 이해관계가 그것이다. 국가의 이해관계는 다시 '핵심이익'이라는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가장 최우선의 '이해관계'가 정의된다. 대개 한 국가가 가지는 '이해관계'의 핵심은 그 나라 헌법에 명시된다. 여기엔 다시 3가지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이들 이해관계는 합리적이어야 하고, 정당하며,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이해관계, 특히 중동지역에서 보이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핵심이익을 요약해보자. 리비아 사태와 예멘 등 중동사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180도로 다르다. 리비아 공습에 대해 그 명분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습으로 명확히 하고 있다. 지상군 파병과 같은 추가적인 군사행동은 없다는 점이다. NATO 중심으로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라는 것이 미국의 뜻이다. 미국의 국방비를 이제 더 이상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곳에 사용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힌 셈이다. 미국은 NATO에 4개 여단 8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만, 올해 안에 1개 여단을 철수시키고, 또 한 개의 여단도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미국의 재정적자를 10년 이내 4조달러 축소시키겠다는 재정건전화 방안 가운데 국방비 감축안에 포함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나 예멘 사태에 대해선 크게 나서지 않고 있다. 독재정권에 대한 비난도 그 수위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아랍 평화협정에 주요한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의 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원만히 수습되기를 바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 시위 사태에 대한 논평이 비교적 온건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멘에는 아프카니스탄의 알카에다 공습을 위한 공군기지가 있고, 바레인에는 미 5함대 사령부가 주둔해 있다. 미국의 원유 수입과 관련한 이해관계는 사우디의 정정안정과 관련이 더 크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유조선의 원유 수송량이 980만 배럴에 해당한다.

20세기 초입에도 미국은 세계 1차대전에 참여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고립된 '거대 섬'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이해한 후 미국은 20세기 국가 전략에 국가의 '핵심이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온 것이다. 미국의 하드파워(군사력)와 소프트 파워(다국적 기업)의 전개방식이 그러하다. 20세기 후반 소련의 붕괴로 미국은 잠시 절대강자의 지위를 누린 적이 있었지만, 이내 금융위기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내외 환경 변화를 맞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듯하다. MENA 사태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에서 그 향배를 유추할 수 있다. 세계경제질서에 '공짜 밥'이 없듯이, 새로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구축 과정에서 '무임승차'를 하는 국가가 미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미국의 '핵심이익'은 21세기 들어 더욱 구체화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그 역할을 꿈꾸기엔 아직은 너무 미약한 것 아닐까? 중국이 '라이언 킹'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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