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유가 오를수록 늘어나는 정유사 이익

입력 2011-04-23 07:40:00

국제유가 오를수록 늘어나는 정유사 이익

올 1분기 중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에 국민의 허리가 휘는데 정유사들은 부른 배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기름값을 내리라는 정부의 요구에 죽는소리를 하며 회피해 왔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겉으로는 엄살을 떨면서 속으로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에 희희낙락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소비자로서는 분통이 저절로 터질 만하다.

증권업계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다섯 배나 되는 2조 5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2008년 2분기 실적(2조 4천71억 원)을 뛰어넘는다. 특히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며 GS칼텍스와 S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각각 8천억 원과 6천500억원, 1천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이익을 거둔 이유는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외에서 원유를 사들여 이를 정제해 만든 석유 제품을 되파는 사업 구조 특성상 원유 가격이 오르면 영업 실적도 개선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국제유가가 아무리 올라도 정유사는 손해는커녕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은 2008년 3분기(7천330억 원)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는데 유독 정유사만 이득을 본다는 것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바로 국제유가 상승의 고통을 소비자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유사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국민들은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기름값을 많이 올리고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이 같은 정유사들의 기만적 행태는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ℓ당 100원 인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린 주유소는 100곳에 1곳밖에 안 된다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가격만 정직해도 충분히 다할 수 있다. 정유사는 이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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