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빵! 빵! 터뜨리자, 숨어 있는 일상의 '개그본능'

입력 2011-04-23 07:40:00

'웃기는 사람들'이 말하는 '웃기는 강추 비법'

현재혁 팀장의 감동 웃음.
'웃으니 더 웃게 되네요'. 동아백화점 직원들이 11층 문화센터에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방우정 방송인의
현재혁 팀장의 감동 웃음.
유지윤 씨의 노래방 패션
방우정 방송인의 '웃음이란? 캬~.'
유지윤 씨의 노래방 패션

"경청·공감·리액션·역발상·반복·순발력"

개그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센스. 재치있게 말하는 법, 갑작스런 액션 개그, 자연스런 능청 화법 등은 회사 내 또는 모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특히 부장급 이상 간부가 던지는 개그는 부서 내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말 한마디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누구나 개그 욕구에 빠져들만 하다.

이런 예는 어떨까? 수줍은 남성이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나이를 묻는다."혹시 작년에 몇 살이죠?"이에 여성은 "올해보다 한 살 적습니다". 묻고 답하는 사람 모두 개그 센스가 넘친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 재치를 더하면 대한민국의 웃음지수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누가 다가와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도를 아십니까?"당황할 필요가 없다. "여긴 제 구역입니다"라고 하면 상대가 더 당황할 수도 있다. 성격상 실생활에서 이렇게 말하긴 쉽지 않겠지만 거절이나 거부도 역발상이 개입되면 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개그 본능의 소유자들은 어떨까? 역시 개그맨의 피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표현이라도 다르게 말하는 센스, 같은 말이라도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말재주, 순간 순간 터지는 반전 등이 흐르고 있었다. 허약한 사람을 위한 헬스 트레이너'간꽁치'신종령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우리같이 말도 못하고, 소심한 사람도 조금만 신경쓰면 웃길 수 있습니다."

#1. 개그맨을 웃기는 감동의 개그, 현재혁(44) 팀장

운문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현재혁 팀장은 SBS 개그프로인 웃찾사에 나오는 개그맨 김필수 씨가 개그맨을 웃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할 만큼 말하는데 있어 재치가 넘친다. 기자가 취재 요청을 하자, "제가 몸값이 비싸서"라고 한발 빼더니 이내 "특별히 조금만 말씀해 드리겠다"고 했다.

현 팀장은 실제로 보면 감동이 있는 개그로 여러 사람을 순수의 세계로 빠뜨리는 치명적 매력의 개그 소유자다. 선천성 뇌성마비(2급)을 앓았기 때문에 말이 한 템포 느리다. 그러나 짧고 강한 임팩트는 좌중을 쓰러뜨린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오늘 별로 웃음을 주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생각한 뒤, "조바심"이라고 답한다. 다들 뒤로 넘어간다. 얘기 도중에 여성들로부터 코너에 몰리면 또 한마디 한다. "그건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항변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선사한다.

현 팀장은 자신이 겪은 안타까운 경험을 소개할 때도 일종의 돌려치기 방법으로 이야기를 했다. 눈이 아파 병원을 찾은 자신에게 한 안과 의사가 "글은 읽은 줄 압니까?"라는 가슴 아픈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자신의 공무원증을 꺼내 의사에게 "읽을 수 있죠?"라고 한방 되돌려 줬다. 그리고는 "다른 환자에게도 이렇게 대하냐"며 "의사부터 환자'장애인에 대한 편견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실제 현 팀장은 뇌성마비를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고교 학창시절에도 일반 학교를 다녔다. 영남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당당하게 산림청 소속 공무원이 된 그이기에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순간 한발 물러났다 다시 반격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래서 그의 순수한 감동 개그는 더 빛이 난다.

#2. 전문강사·MC·방송인 방우정(50) 씨

방우정 씨 역시 개그피가 몸 속 깊이 흐리는 탓에 바로 개그를 구사했다. 그는 기자가 개그본능에 대해 묻자 "일방적으로 만들어내라 카면 이게 참…."이라고 잠시 틈을 주더니 줄줄이 엮인 비엔나처럼 여러 가지 개그를 쏟아냈다. 그는 바로 시대에 맞는 다이어트에 관한 얘기를 했다. "어떤 아줌마 아무리 살을 빼려 해도 안돼, 한달 동안 열심히 말을 탔는데 아줌마는 살이 안 빠지고, 말만 살이 빠졌다고 하네요. 이 말은 아줌마가 탄 이후로 잠을 못 자고 또 이 아줌마가 올까봐 먹지도 못 하고 살이 다 빠졌다고 하죠. 그래서 방법을 찾았는데, 이 아줌마가 말을 업고 뛰면 어떨까하는 말 조련사의 조언이 있었다고 하네요."

방 씨는 "말을 재치있게 하려면, 경청'공감'리액션이 중요하다"며 "항상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깔려야 웃음의 코드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또 이런 얘기를 했다. "웃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어른보다 열배 백배 많이 웃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이 의학적으로 검증됐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얘기였다. "아! 그렇네요~."기자 역시 엄청난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최근 유머까지 곁들였다. 일본 지진 때문에 입국이 불허되는 한국 연예인이 있는데, 그 연예인 이름은 지진희, 박해일, 최여진, 김여진 등이다. 다소 썰렁한 감은 있지만 실웃음이 안 되면 비웃음이라도 이끌어 낼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최신 개그다. 이어지는 개그. "가거대교, 마구고속도로, 대포(포대)고속도로 이상하죠?"그래서 "거가대교, 구마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라고 명명한 겁니다.", "아하!"

#3. '아리가또 익싸이팅'한 박승범'유지윤'금교철 3人

대구JCI 의전이사인 박승범(35) 씨는 카리스마 있는 유도 유단자이자 경호업체 근무자이지만 놀아야 할 때는 돌변한다. 주로 말을 시키지 않으면 무게를 잡고 있다, 술이라도 한잔 따라주고 건배사를 하라고 하면, "단기 4344년, 씨름은 삼세판, 소주는 참소주, 오늘은 즐거운 수요일 오후 9시, 아리가또 익싸이팅한 이 밤에 여러분을 모시고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 영광입니다"라며 숨도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기자가 잘 옮겨 적지 못해 다시 물었지만 그는 "이 건배사를 시작한 원조 형님도 있고, 함부로 가르쳐줄 수 없다"며 리바이블(반복)을 거부했다. 박 씨가 노래방에서 추는 코믹춤은 따라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남철'남성남의 '왔다리 갔다리' 춤을 더 코믹하게 추기 때문에 함께 있는 이들은 모두 자지러진다.

대구체고 복싱부 감독인 유지윤(37) 씨 역시 폭소탄이다. 노래방에 가면 가방에서 만화같은 두건을 꺼내 둘러쓰고, 망사 옷을 준비해와 코믹댄스를 춘다. 퍼포먼스는 연예인 싸이를 연상시킨다.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유 씨는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바치고 싶다고 했다. 잠시 망가지거나 민망한 것보다는 좌중의 한바탕 웃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

동아백화점 삼당실장인 금교철(39) 씨도 웃음이 많은 남자다. 누구 앞에서도 바보처럼 웃을 수 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신인 그는 "마음을 여는 데는 웃음이 최고"라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웃긴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아들이 여섯 살인데 머리숱이 없는 외할아버지와 식사를 하다, "너무 눈이 부셔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고 표현해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조금만 달리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누구나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웃으니 더 웃게 되네요'. 동아백화점 직원들이 11층 문화센터에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2>현재혁 팀장의 감동 웃음.

사진3>방우정 방송인의 '웃음이란? 캬~.'

사진4>박승범'유지윤'금교철 3인의 웃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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