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지하철역에서 내린 김병길(42) 씨는 곧장 일터로 향한다. 보기에도 부자유스런 몸짓에 걸음걸이조차 힘겹기만 하다. 일반인에겐 5분 거리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김 씨는 10분을 걸어야 한다 .
일터랬자 종합병원 근처 버스정류장 인도 위에 조그마한 좌판이다. 물건 진열이 끝나면 그의 하루일과는 시작된다.
자리정돈이 끝나면 이웃 노점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아침인사를 다닌다. 인사성이 밝기로 소문난 김 씨는 버스정류장을 잠시 멈췄다 지나가는 버스기사들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김 씨는 1급 장애인으로 언어장애와 신체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립의지가 강할뿐더러 무엇보다도 긍정적이며 성실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를 5년 동안 지켜본 이웃 노점 아주머니도 "보통사람들보다 더 밝게 사는 것 같다"며 칭찬할 정도.
이런 김 씨에게도 삶은 순탄치 않았고 세월의 아픔도 많이 찾아왔다. 자활센터에도 가보았고 '남과 다른' 자신의 처지를 고민해본 적도 많다. 서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생활비는 늘 그의 몫이다. 여러 군데 노점상을 전전하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지 10년째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양말 한 켤레도 못 팔고 좌판을 거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이웃 상인들이 건네주는 점심값에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이라고.
사교성 좋은 김 씨는 좌판 주변 택시기사들과 스스럼없이 농담까지 건넨다. 택시기사 배영춘(55) 씨는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자립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양말 한 세트를 사준다.
"양말을 팔아 저축해서 목표한 돈을 모으면 저도 가정을 꾸릴 거예요."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소망이 김 씨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런 생각 자체가 편견이 아닐까 싶어 슬며시 죄스러워진다.
글'사진 김상현 시민기자 hamupt@hanmail.net
멘토: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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