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기업의 힘 그래도 주가 영향 이미해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송 근거는 특허권.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갤럭시탭 등이 자사제품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HTC와 모토로라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앱스토어'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아마존에 소송을 제기했다.
별것도 아닌 것으로 특허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특허는 기업의 힘이며 수익의 원천이다. 이 때문에 특허를 따냈다는 기업의 관련 보도나 소식이 전해지면 투자자들은 앞다퉈 기업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물론 짝퉁이 대량 유통될 경우 방법이 없다는 점이 특허의 맹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나간다는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고, 심지어 특허 보유자를 직원으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일류기업도 자만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피소된 처지지만 총 10만 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갖고 있는 특허 부자 기업이다. 특허 대부분은 플래시메모리, 시스템 고밀도집적회로(LSI), 휴대폰'스마트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력 사업과 연관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내부 직원들은 "1인 1특허로는 모자라다"고 할 정도로 특허와 씨름하고 있을 정도.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9조4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다. 연구개발 없이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코닥필름으로 유명한 이스트만코닥사는 특허로 살아난 경우다. 이스트만코닥사는 197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해 1994년 소비자용 디지털카메라를 상용화하고도 필름 사업에 천착하는 바람에 오히려 소니사에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내줬다.
필름 시장이 사라지듯 이스트만코닥도 시장에서 도퇴될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CCD 이미지 센서(빛을 전기로 변환해 판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와 ITO 센서(해상도와 컬러 심도 등을 높이는 장치), ERI-JPEG 압축파일(파일 사이즈를 줄이는 기술)은 이스트만코닥의 '지적 재산'으로, 전세계 모든 디지털카메라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특허이기도 하다.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특허 성적은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특허 성적은 어떨까.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을 통해 2000년 이후 12년간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특허공시 기록을 분석한 결과 '특허는 습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를 낸 기업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 특허를 내고 있었고 영업실적 확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브이엠. '에디슨 부대' '특허 부자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특허에서 압도적이다. 2006년 증시 상장 때부터 올해도 며칠 전까지 특허를 냈다. 상장 이후 특허공시된 것만 90건이다. 약품조제 자동화장비 업체인 제이브이엠은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에서도 시장점유율 면에서 독보적인 1위다. 근저에는 특허가 있다. 국내외 지적재산권 253건을 등록해 특허 등록을 통해 진입 장벽을 강하게 구축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전자동 약품 관리 시스템(AccuPharm:약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약품의 입고와 출고를 바코드를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의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품 가격이 비싸도 독보적인 기술에는 장사가 없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매년 30% 이상 기록하는 이유다.
특허공시 결과 12년 동안 1건 이상 특허를 낸 곳은 총 39곳으로 이 중 20건 이상 특허공시한 기업의 숫자는 7곳이었다. 적어도 매년 평균 2건씩은 특허를 따낸 셈이다(표1 참조). 그러나 특허공시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표2 참조). 특허공시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자 특허공시에 나서는 기업이 줄었고, 의무공시가 아닌 자율공시라는 점도 감소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허공시 중 특허 양수'양도 공시는 지난 2006년 4월부터, 특허취득 공시는 2009년 2월부터 자율공시로 변경됐기 때문. 그래도 특허를 내던 기업들은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2010년 이후 특허공시에 나선 기업은 제이브이엠(15건)을 비롯해 태양기전(9건), 탑엔지니어링(6건), 엘앤에프(6건) 등 11곳이나 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