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호국정신 잇자" 영남의병 후손들 뭉쳤다

입력 2011-04-21 10:23:04

선현공산익련추모회 총회

공산회 회원들이 20일 정기총회를 끝내고 경상감영공원을 찾아 기념촬영을 했다. 우태욱기자
공산회 회원들이 20일 정기총회를 끝내고 경상감영공원을 찾아 기념촬영을 했다. 우태욱기자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영남에서 의병활동을 한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후손들이 이어간다.

20일 대구시 중구 한 식당에서 '선현공산익련추모회'(先賢公山益聯追慕會'이하 공산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공산회는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병신년(1596년'선조 29년) 음력 9월 15일 팔공산 상암(지금의 영천 은해사 운부암)에 모였던 영남지역 유림 의병대장과 의병활동을 한 32인의 후손들이 선조들의 절의와 우의를 기억하고 그들의 위업과 창의(倡義)정신을 추모하고 선양하기 위해 2002년 창립한 단체.

이날 모임엔 공산회 회원 46명 중 서울, 부산, 진주, 산청, 영덕 등지에서 온 35명이 참석했다. 박찬규(79) 공산회 회장은 "내년에 공산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망우공원에 확보된 63㎡(약 19평)에 '임진 팔공산 상암회맹 32현 기념비' 제작을 추진할 것이며 32인의 행록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팔공산 상암 회맹은 임진왜란 때 32인의 의병창의 유림학자들이 각자의 자(字)를 운(韻)으로 한 '공산 회중 여 제익 각 호자 희련'(公山 會中 與 諸益 各 呼字 戱聯'팔공산에 모인 여러 벗이 더불어 자를 부르며 쓴 시)이란 제목의 오언연구가 각종 기록물과 참가자의 문집에서 확인됨으로써 드러났다. 임진왜란 중 국난 극복을 위해 여러 회맹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팔공산 상암 회맹이 유일하다.

회맹 참석자들은 18세의 청송유림 조동도(趙東道)부터 61세의 영천유림 정세아(鄭世雅)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며 영해유림 박의장(朴毅長)'박유(朴瑜)처럼 부자가 함께 참여한 이들도 있다. 이 가운데는 회맹 전부터 영남 각처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한 남명 조식 선생 문하의 유학자들도 다수 있으며, 일부는 임란이 끝난 후 문중의 중시조가 되기도 했다.

특히 현풍유림 박성(朴惺)은 경상도 초유사(招諭使'난리를 당해 백성을 타일러 경계하는 일을 맡은 임시벼슬)가 된 학봉 김성일 선생이 1593년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사망하자 전란 중에도 끝까지 상례를 치렀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또한 32인 중 안동유림 김집(金潗)과 류복기는 각각 학봉의 맏아들이자 생질이며 대구유림 서사원(徐思遠)은 지역의 유일한 의병장이기도 하다.

김집 14세손인 김종협(62) 공산회 간사는 "현재 공산회는 32선현 중 6인의 후손들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임진왜란 당시 영남의병활동의 근거지였던 팔공산에서 회맹을 열었던 선조들의 유지를 더욱 선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산회는 매년 4월 20일을 정기총회 날로 삼고 연중 4차례의 회합을 가지며 유적탐방 등을 통해 선현들의 얼과 뜻을 새기고 있다. 한편 올해 처음 제정된 제1회 의병의 날(6월 1일)엔 임란호국영남충의단보존회를 중심으로 후손들이 영남의병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와 학술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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