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KBS 수신료를 월 3천500원으로 1천 원 올리는 방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KBS는 연간 2천200억 원가량의 수신료 수입이 더 늘어나게 된다.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가구당 연간 1만 2천 원씩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는 이유는 '공영방송'이라는 이유 딱 한 가지다. 디지털방송 전환과 난시청 해소, 공영성 확립을 명분으로 재정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신료를 무리하게 인상해 억지로 만드는 것이 공영방송인가. 경영 합리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KBS 스스로 자격을 갖출 때 가능한 일이다. 당장 손쉽게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자기 배를 불리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망치는 것이다.
국회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최근 국회 문방위 보고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방위는 "KBS가 충분한 자구 노력을 않고 있으며, 디지털방송 전환 등이 수신료 인상의 주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이 검토 보고서는 "KBS가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을 주장하면서 상업 광고 비중을 줄일 계획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KBS의 상업 광고 수입 비중은 43.9%로 외국 공영방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게다가 인건비 비중도 BBC나 NHK에 비해 10% 이상 높다.
국민이 KBS 적자를 메워주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수신료 인상은 그 어떤 명분도 없다. 정치권도 KBS의 강한 로비와 압박에 굴복해 수신료를 인상하려 든다면 국민의 반발을 사게 됨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KBS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엄격히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