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운문서 화악까지

입력 2011-04-21 0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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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종봉·사진 정우용/매일신문사 펴냄

2010년, 매주 1회씩 52회에 걸쳐 매일신문에 연재했던 '운문(雲門)서 화악(華岳)까지'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지은이 박종봉 기자와 정우용 전 매일신문사 사진부 기자가 경북 남동부의 산줄기를 한발 한발 걸으며 취재한 내용과 각종 문헌, 증언 등을 묶은 책이다.

글은 경북 남동부 땅의 중요 산줄기를 살피는 데 목적을 두고 씌어졌다. 산줄기들이 어떻게 뻗어나가 우리 땅을 만들었으며, 거기에 깃들어 사는 우리는 어떤 생활사를 만들어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우리 선대들이 산줄기 위의 재와 봉우리들을 부르는 이름을 되살려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책에 실려 있는 땅 그림은 산줄기를 주제로 그린 산경도(山經圖)다. 도로 중심의 지도가 아니라 태초에 우리 땅을 만든 산줄기를 중심으로 그린 지도인 것이다. 독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도로 중심 지도가 아니라, 산줄기 중심 지도를 그린 까닭은, 그렇게 해야 만 우리 땅의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로가 뚫리기 전 우리 땅의 모양을 살펴야 선대들의 삶을 제대로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은 우리 선조들이 기대어 살아 온 언덕이다. 그 기슭을 훑어 먹을 걸 장만하고, 소를 몰아 그 골짜기를 일궜다. 산줄기를 뒤져 땔감을 묶었으며, 등성이를 넘어 이웃마을로 나들이했다. 자연스레 산에는 그 생활사가 배이고, 고개마다 숱한 사연이 쌓였다.'

지은이의 이 말은 매일신문이 이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이자 취재방향이며, 이 책을 지금과 같은 꼴로 묶어낸 까닭이다.

책은 크게 낙동정맥, 운문분맥, 비슬기맥, 비슬산, 화악분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큰 분류 아래 여러 개의 작은 분류로 묶었다. 많은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 실은 탓에 다소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흩어버릴 글자가 하나도 없을 만큼 알찬 정보를 담고 있다.

지은이 박종봉 기자는 "사통팔달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흔해졌다. 땅 위를 이어가는 산줄기의 위력은 점점 더 위축됐다. 이제 더 이상 산줄기는 우리 생활권을 결정짓지 못한다. 산줄기를 쳐다 볼 사람이 더더욱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고 말하고 "사람이 물질적인 존재만이 아니듯, 우리 산줄기는 그냥 산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부이고, 우리의 몸체임을 다시 생각한다. 거기에 우리 수천 년 생활사가 배여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410쪽, 3만원. 053)251-1414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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