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태국 무료 탐방] (2)4개월 만에 떠난 신혼여행

입력 2011-04-20 07:18:57

보석 같은 산호섬에서 보석반지 태교…"배속 아기도 잘 놀았어요"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떠나는 신혼여행지, 태국.'

지난해 말 707대테러부대 특전사 상사인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알아준 듯 행운이 찾아왔다. 독자 태국 무료탐방단에 선발돼, 특별한 신혼여행의 기회를 가졌다.

처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국의 봄과는 다른 뜨거운 열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한여름이 연상되는 날씨에 불쾌지수는 올라갔지만 낯선 풍경은 우리 눈을 예민하게 했다. 첫인상으로 볼 때, 태국의 전경은 중국의 베이징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신혼여행이지만 일반 여행객들과 함께 3박4일의 투어를 하게 됐다. 관광버스를 타고 파타야로 이동하는 길에 태국의 도로전경이 너무 신선했다. 우리나라의 교통체계와 반대로 차량은 좌측 통행을 했다. 자칫 한국으로 착각했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파타야의 번화가'워킹 스트리트'

첫 코스로 들른 호랑이공원은 한국의 달성공원이나 서울대공원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돼지의 젖을 먹는 호랑이 새끼가 있었다는 것. 아주 신기했다. 저녁에는 파타야의 전통시장에 나갔다. 때마침 불교 관련 축제가 열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떠들썩하고 분주한 시장에서 '이제야 우리가 태국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열대지방에만 있는 낯선 과일들과 태국의 서민들이 즐겨먹는 낯선 음식들. 우리는 연이어 '우와'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환한 조명 아래 이쪽저쪽 구경하느라 눈이 쉴 틈이 없었다.

태국에선 도로를 다닐 때 조심해야 한다. 태국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많이 애용하기 때문에 도로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개방적이라더니, 또 다른 한쪽 번화가에서는 호객행위를 하느라 술집 앞에 예쁘게 꾸미고 나와 있는 여자 또는 남자들이 많았다. 한 집 건너 한 집도 아니고 거리 전체가 바(bar) 또는 호프집이다. 이곳이 바로 파타야 서민들의 밤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다. 파타야에서는 제일 번화한 장소다. 호프집 같은 곳에서 열린 태국 전통무술인 무에타이 시합도 보며 트랜스젠더들의 윈도 쇼와 각종 길거리 공연 등 태국의 시끌벅적한 밤문화를 즐겼다.

◆에메랄드빛 바다색의 산호섬

파타야의 호텔은 신혼부부들이 숙박하기에 정말 낭만적이다. 같은 5성급 호텔이라도 우리나라보다 더 화려하고 태국의 특색이 담겨있다. 웬만한 곳은 호텔 안에 야외 수영장이 있어 저녁식사를 하고 나와 물놀이를 즐기며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뷔페로 나오는데, 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면 아메리칸 스타일 음식들이 있기 때문에 골라 먹으면 된다.

식사를 끝낸 우리는 산호섬으로 가기 위해 보트를 탔다. 임신을 한 상태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트는 타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타 보니 조금만 주의한다면 위험하진 않은 것 같다.

산호섬에 도착한 뒤 물놀이를 위해 비키니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배가 나온 나의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이 귀엽다고 한마디씩 하고 갔다. 우리나라와 다른 에메랄드빛 바다색을 보고 있자니 산호섬에 안 들렀다면 '후회할 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즐겁게 물놀이도 하고 해변가 주변에 있는 상점들에서 여유롭게 쇼핑도 하고 오토바이도 대여해 산호섬을 한 바퀴 빙 돌았더니 연애할 때 생각도 났다. 지금처럼 행복한 기분이 우리 부부에게 영원히 이어지길 기도해 본다. 태국 신혼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커플이 있다면 꼭 산호섬에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트랜스젠더들의 티파니 쇼

태국은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태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5대 5 정도 되는 것 같다.

트랜스젠더들이 나와 공연하는 티파니 쇼, 트랜스젠더를 직접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특별히 꺼려지는 느낌은 없었다. 다들 바비인형처럼 예쁘기만 했다. 태국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역사적 배경(아유타 왕조 때 하나뿐인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거세를 하고 여장을 시켰던 아픈 과거)이 있어 보수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태국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풍경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관광을 와서 그런지 아리랑도 부르고, 원더걸스의 히트곡인 '노바디'에 맞춰 춤도 췄다. 공연시간이 1시간이 넘을 정도로 꽤나 길었지만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비들로 전혀 지겹지 않게 관람했다. 하지만 남편은 트랜스젠더들의 공연을 보기가 영 석연찮은 모양이었다. '재밌기만 하구먼!'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방에서 맛있게 과일을 먹는데 갑자기 남편이 발로 바닥과 한판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손바닥만한 바퀴벌레와 싸우고 있던 거였다. 소스라치게 놀라 침대 위로 펄쩍 뛰어올랐고, 남편은 끈질긴 생명체인 바퀴벌레와 장장 10분을 넘게 '사투'를 벌이다가 가이드를 불렀다. 남편이 말하기를 바퀴벌레가 나오기 전에 방에서 도마뱀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도마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행운이 들어오는 거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 방도 많았는데 우리 방을 찾아준 도마뱀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파인애플 농장과 보석공장 견학

다음날, 파인애플 농장을 견학했다.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줄로 알았는데, 땅에서 자라나는 과일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방콕 가는 길에 들른 보석공장은 예쁜 디자인의 보석들을 만들어 직접 팔기도 하는 곳이었다. 아쿠아 마린이 양수색깔과 같다며 태교에 좋고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안정을 주는 착한 보석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곧 태어날 아기와 나를 위해 아쿠아 마린 반지와 예쁜 진주 귀걸이를 샀다.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태국 전통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방콕에서는 알아주는 마사지숍이라고 했지만, 사실 파타야에 머무는 동안 호텔 앞 작은 가게에서 200바트 내고 받은 마사지보다 못했다. 그래도 피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됐다.

처음 남편과 세운 태국여행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열대과일 실컷 먹고 오기, 두 번째는 마사지 실컷 받기.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태국의 색다른 곳을 보며, 둘만의 추억을 많이 만든 것 같아 이번 여행은 대성공이다!

<글·사진 문경수·우지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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