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는 295만 2천 명으로 300만 명에 육박한다. 300만 명의 고학력자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채 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201만 4천 명으로 지난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대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역대 최저 수준인 76.8%로 낮아졌다.
원인은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고학력자가 크게 증가한 반면 취업난과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중)이 개선되지 않은 데 있다. 1990년 33.2%였던 대학 진학률은 2007년 83%까지 증가한 후 계속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 60%가 무너졌다가 2002년 잠시 60% 선을 회복한 뒤 현재는 58%까지 떨어졌다. 양산되는 고학력자를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학력 '백수'의 증가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대학 졸업에 들어간 교육비는 개인적으로나 사회 전체로나 큰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개인의 생활 안정도, 우리 경제의 활력 증가도 기대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를 300만 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새 일자리는 39만 6천 개에 그쳤다. 정부의 고용 정책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도 그 혜택을 받게 된다며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책의 바탕에 깔린 철학과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이 아무리 잘된들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