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포티지R T-GDI

입력 2011-04-19 07:09:42

최고출력 261마력… "이 차 정말 잘 나가네~"

"박지성은 아마도 집에서 휘발유를 먹을 것 같다."

거침없이 달리는 박지성을 두고 같은 팀에 선수인 리오 퍼디난드가 우스갯소리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해외언론도 벌써부터 박지성을 두고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선수'라며 극찬을 쏟아낸 바 있지 않은가. 굳이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달리는 것들'은 일단 심장이 좋고 봐야 한다는 건 명실상부해 보인다.

심장을 바꾼 차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디자인이나 내부 인테리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데 밖에서 보이지도 않는 엔진 하나 바꾼 게 뭔 대수냐고 되묻는다면 자동차를 전시용 정도로 치부하는 '달리는 것들'에 대한 폄하 발언이나 마찬가지다. 엔진은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기 때문이다. 스포티지 R 터보 GDI는 기존 스포티지 R에서 심장이 바뀐 차였다. 스포티지R에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기존 스포티지R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터보'라는 이미지에 맞게 듀얼 머플러와 18인치 럭셔리 휠을 장착해 한층 날렵한 느낌을 줬다.

14일 오후 3시부터 신천대로를 거쳐 북대구IC, 의성IC를 돌아 5번 국도를 이용해 대구로 돌아오는 총 100㎞ 남짓한 구간을 달렸다. 긴말 필요없이 '이 차 정말 잘나간다'는 생각은 261마력의 쎄타Ⅱ 2.0 터보 GDI 엔진의 힘 때문이었다.

가솔린 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토크는 37.2㎏'m로 디젤 모델(40.0㎏'m)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고출력은 261마력으로 184마력이던 디젤 모델보다 70마력 이상 좋아졌다.

스포티지R 터보 GDI는 우선 조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깥에서 부는 바람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차안 에어컨 소리도 거의 없었다. 정숙성이 여느 세단 못잖았다.

국도변에 차를 세웠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서였다. '툭툭툭' 엑셀러레이터를 몇 차례 나눠 밟아보기도 하고, 쭉 밟아보기도 했다. 아무리 늦어도 시속 100㎞까지 가는 데 10초면 충분했다. 시속 100㎞ 범위에서는 엔진회전수(rpm)가 2천을 넘지 않았다. 웬만한 스포츠카를 능가한다는 마니아들의 말이 뜬소문은 아니었다. 시속 160㎞ 근처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없다. 고속 상태에서 코너링도 안정적인 편이었다.

다양한 내부 장치도 눈에 들어왔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해주는 '크루즈 컨트롤', 스티어링 휠을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텔레스코픽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었다. 언덕길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차량이 뒤로 밀리는 것을 2초가량 잡아주는 HAC(Hill start Assist Control) 기능과 안전을 생각한 커튼 에어백과 VSM(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도 업그레이드된 사양이었다.

차량 구매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연비 부분은 고려 대상으로 남는다. 2륜구동 기준으로 ℓ당 15.6㎞인 R엔진에 비해 터보 GDI엔진은 4.4㎞ 낮아진 11.2㎞에 그친다. 실제 시승에서도 시내 구간은 9㎞대였고, 고속도로 구간은 10㎞대였다. 80~100㎞의 속도로 주행한 국도 구간에서는 12㎞를 넘었다.

그러나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폭발적인 성능과 디젤차량에 비해 100만원가량 낮아진 가격 등을 감안하면 상품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보 엔진을 단 수입차와 비교했을 때 판매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가격은 자동 변속기를 기준으로 ▷터보 GDi 2WD(2륜구동) 모델이 2천75만~2천710만원 ▷터보 GDi 4WD(4륜구동) 모델이 2천579만~2천890만원이며 ▷디젤 R2.0 2WD 모델은 2천205만~2천845만원 ▷디젤 R2.0 4WD 모델은 2천385만~3천25만원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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