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차' 경차·소형차도 괜찮아

입력 2011-04-19 07:36:22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그 차, 프라이드는 1천323cc의 소형차량이었다. 1997년식은 16.4㎞/ℓ의 연비에 555만원의 가격으로 '생애 첫 차'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당시 100대 기업 대졸 초임 연봉이 1천86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 수준의 차값이었다. 1천5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 하더라도 월급여 대비 5배. 5개월간 월급여를 탈탈 털면 프라이드를 살 수 있었다.

2011년 현재 대졸초임 연봉 3천102만원의 30%인 1천만원으로 살 수 있는 차는 어떤 게 있을까. '잘 없다'가 정답이다. 1천만원 남짓으로 살 수 있는 차는 경차 일부에 그친다. 프라이드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준중형차로 옮겨갔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 이 때문에 생애 첫 차를 위해 중고차 시장에서 발품을 파는 새내기 직장인들이 적잖다.

결국 핵심은 '돈'이다. 갖고 있는 돈이, 벌어들인 돈이 얼마냐에 따라 차종도 달라진다. 제한된 돈으로 차를 사려니 고르는 사람은 힘들다. 경차나 소형차는 폼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전시장에 가서도 무시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업계는 지극 정성을 다한다.

국내차 업계는 중형차나 대형차 못지않게 생애 첫 차에 대해 '극진한' 정성을 쏟는다. 차값이 1천만원대라고 해서 콧방귀 뀌는 게 아니다. 생애 첫 차를 선택해 출고된 차를 몰고 나가는 순간부터 고객은 '예비 충성고객' 리스트에 오른다. 생애 첫 차를 타고 나서는 이들은 말 많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20대로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마이카'에 대한 극찬을 쏟아내며 영업사원 못지않은 홍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법으로도 업계의 판단은 정확하다 못해 지혜롭기까지 하다.

1천만원짜리 새 차를 구입한 이들의 향후 30년간 행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신차는 줄잡아 20대 안팎. 한번 충성한 고객은 다음 번 신차 선정에도 동일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브랜드 관성의 법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RV차량 이용자가 세단보다 RV차량을 새 차로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비슷한 내부 인테리어과 옵션에 친밀감을 갖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대 혹은 30대에 생애 첫 차를 마련하게 되는 이들은 자신들의 차량만 3, 4대를 바꾸게 되지만 친구, 친인척 등을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마련. 업계가 생애 첫 차를 무시할 수 없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천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히트상품이 된 기아자동차 모닝이나 한국지엠의 쉐보레 스파크 등 경차의 선풍적 인기몰이는 여전하다. 실제 이들 차량들은 각 회사의 주가를 몇 곱절 올려놓은 '효자'다. 고객 입장에서도 추종을 불허하는 연비로 기름값 아껴주는 효자니 더 말할 게 뭐 있겠는가.

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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