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논쟁-경북대 법인화, 이렇게 본다

입력 2011-04-18 09:51:28

"이대론 철밥통 비판 못 면해" - "우수교수 이탈로 위상 하락"

지역거점대학인 경북대가 법인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학 본부와 교수회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달 14일 21세기 대구경북지역 대학생연합이 경북대 북문 앞에서 국공립대 법인화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역거점대학인 경북대가 법인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학 본부와 교수회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달 14일 21세기 대구경북지역 대학생연합이 경북대 북문 앞에서 국공립대 법인화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국립 경북대 '법인화 시계'가 한 달 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경북대는 지난달 30일 '법인화 연구단'을 발족한 데 이어 다음 달 20일까지 연구를 완료하고 법인화 추진 여부를 가닥 짓는다. 법인화를 놓고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시각차가 워낙 커 논란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법인화는 경북대 발전에 득이 될까, 해가 될까. 경북대 장태원 기획처장(중어중문과)과 김형기 교수회 의장(경제통상학부)을 만나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대학본부, 법인화는 불가피한 선택

경북대 본부는 연구단의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음 달 말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장 처장은 "연구단이 법인화로 가닥을 잡을 경우 큰 문제가 없는 한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서울대 법인화 법의 큰 틀에서 경북대 법인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히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장 처장은 법인화 연구단 공동 단장을 맡고 있다.

본부 측에선 법인화가 경북대 발전의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법인화가 되면 이사회가 조직된다.(서울대 법인화법 9조) 이사회는 총장, 부총장 이외에 교과부와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는 차관 각 1명 등 15인으로 구성되며, 이사는 교과부 장관의 취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본부 측에선 관선이사 개입에도 불구하고 총장 1인 체제인 현재보다 대학 운영이 더 민주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처장은 "차관 이사가 임명되면 오히려 중앙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생기는 셈"이라고 했다.

서울대 법인화법은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 및 국가의 지원을 규정(31조)하고 있다. '대학은 기초학문 등 필요한 분야의 지원'육성에 관한 4년 단위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국가는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 법인화가 되더라도 취업에 불리한 학과를 폐과하는 등의 교육 공공성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본부의 판단이다.

경북대 본부는 법인 전환 후 대학재정이 부실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상에 '각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고, 등록금 인상 시 각종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이 몇 배 뛰는 일도 있을 수 없다는 것.

교직원 신분이 '공무원'에서 '법인직원'으로 바뀌지만 이는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장 처장은 "경북대 1천100여 명의 교수 중 1년에 논문 한 편 안 쓰는 사람이 300여 명이나 되지만, 정년 보장 교수는 960여 명에 이르고 교수 평균 연봉도 8천400만원에 달한다"며 "이런 식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법인화가 되면 지금처럼 교수사회가 느슨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유능한 교수, 외국 석학도 모셔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회, 법인화는 시기상조

김형기 교수회 의장은 이달 15일 '국립 경북대를 함께 지켜냅시다'는 글을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 실었다. 김 의장은 "경북대 발전 모델에 대한 확고한 방향 설정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대가 법인화했기 때문에 서울대만큼 지원해준다고 하니까라는 식의 법인화 추진은 안 된다"며 "법인화로 가서 성공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이 확보돼 있지 않은 지역의 상황에서 경북대 법인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교수회 측은 법인화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관이 법인 이사회로 들어오고 교과부 파견 감사가 대학 내에 상근하는 상황은 '새로운 관치(官治)'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수회는 대학의 연구나 교육이 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리고, 연구성과의 상업화를 공공성보다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이라고 했다. 수익성이 낮은 학문이나 학과, 연구 프로젝트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법인화 후 대학 재정이 확충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를 드러냈다. 본부 측이 주장하는 '서울대 수준의 지원 약속'과 관련해 김 의장은 "(제가)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에게 확인해보니 법인화하면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받아오던 예산 지원을 보장한다는 의미이지, 추가적인 '특별 지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대구처럼 지역 경제력이 취약하고 발전기금 모금이 적으면 결국은 학생 등록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법인화 추진 반대의 이유가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단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중심체제 하에서도 정주여건이 불리한 경북대에 우수 인재들이 교수로 오려고 하는 까닭은 경북대 교수가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법인 경북대'로 바뀌면 이런 장점들이 사라져 우수 교수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대학의 위상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수회가 지난 1년간 법인화가 초래할 여러 문제점들을 검토한 결과 법인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경북대는 법인화가 아니라 국가기관이면서 동시에 독자적 법률 주체가 되는 '자율형 국립대' 모델로 가야 하며, 이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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