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오늘 도쿄. 사쿠라가 만발한 거리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도쿄시민은 공습대피 훈련이겠거니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미군 B-25 폭격기가 들이닥쳐 폭탄을 퍼부은 것이다. 일본 열도는 충격과 공포로 요동쳤다. 어떤 적도 범접할 수 없다고 확신했던 야마토 제국, 그것도 수도가 폭격을 당한 것이다. 도쿄만이 아니었다. 요코하마, 요코스카, 나고야, 고베, 오사카도 폭격을 맞았다. 제임스 둘리틀(1896~1993) 중령이 지휘한 '둘리틀 폭격',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의 첫 반격이었다.
1차대전에도 참전했던 베테랑으로 세계 최초의 맹목계기(盲目計器) 비행, 아메리카 횡단비행 기록을 가진 뛰어난 파일럿이었다. 미 서부지역 고등부 아마추어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를 만큼 왕년에는 '한 주먹' 하는 싸움꾼이었다. 항공모함 2대를 동원한 둘리틀 폭격은 대담한 도박이었다. 육상에서 발진하도록 설계된 폭격기를 활주로가 짧은 항모에서 이륙시키는 것 자체가 난제였고 일본의 경계망에 걸려 귀중한 항모를 잃을 위험도 있었다. 일본은 미국이 이런 자살행위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허를 찌른 것이다. 북아프리카, 유럽전선에서도 지휘했으며 종전 뒤에는 셸 석유회사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정경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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