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올렸는데 적자 더 커졌네… 2030년엔 年 50조 적자

입력 2011-04-16 07:12:01

사회문제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작년 지출=수입x1.6 의료보험 강화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30년에는 연간 5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약제비와 병원의 과잉진료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다보니 국민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30년에는 연간 5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약제비와 병원의 과잉진료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다보니 국민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은 올해 역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적자폭이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연 건강보험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면서 국민들의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거대한 암초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들이붓는 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구멍'이 점점 커지기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1조2천9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험료 총수입은 33조5천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늘어난 데 비해, 지출은 34조8천599억원으로 11.7% 늘어나면서 전년과 비교해 재정적자 폭이 무려 406배나 급증한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율을 4.9% 인상한 데 이어 ▷징수율 제고 ▷허위부당청구 적발 등 재정안정 대책을 통해 5천억원 이상의 추가재정을 확보했지만, 대신 의료수가 2.05% 인상과 보장성 강화 대책 등 지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면서 지출이 수입보다 1.6배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재정적자가 당해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축적돼 온 뿌리깊은 난제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현 상태로 두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연간 5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건강보험 전체수입이 2012년 40조7천38억원, 2015년 48조3천751억원, 2020년에는 63조9천억원, 2030년에는 87조4천598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건강보험 전체 지출은 2012년 41조5천871억원, 2015년 54조1천675억원, 2020년 81조1천908억원, 2030년에는 137조2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에는 8천833억원에 불과(?)한 연간 적자폭이 2030년에는 무려 49조5천654억원으로 56배나 불어난다.

또 이 추정대로일 경우 건보재정 당기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5.64%인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현재 2020년에는 8.55%, 2030년에는 12.68%까지 올려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소득의 13%에 가까운 액수를 건강보험료로 내야만 재정 수지가 균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2배가 넘는 비싼 건보료를 감당하려할 시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 건강보험이 현재 직면한 숙제다.

◆아직도 낮은 보장성

현재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부분은 전체 진료비의 62% 수준이다. OECD 선진국 평균이 8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길은 멀다.

그렇다보니 저소득층에서는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가정이 산산조각 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병을 앓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의 경우 9년째 연재를 계속하며 벌써 420여 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도왔지만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의사는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저소득층 진료비 문제를 외면만 하고 있다 보니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모금된 성금이 다시 병원비로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결국은 병원 배만 불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성을 끌어올리려면 9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인 것. 더구나 무엇이 좀 더 시급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간암치료제'다발성골수종치료제 등 항암제 ▷출산진료비 ▷당뇨치료제'제1형 당뇨관리 소모품 ▷골다공증치료제 등 8개 항목(총 3천319억원)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했다. 이로써 추가 비용이 1천775억원 늘었다. 내년에는 ▷75세 이상 노인 틀니 보험 적용(4천460억원), ▷출산진료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600억원)하는 데 5천60억원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 2013년에는 ▷초음파검사(6천600억원) ▷치석 제거(2천300억원) ▷골관절염치료제(410억원) ▷소아선천성질환(430억원)에도 보험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어서 9천740억원이 더 든다.

민주당은 '실질적 무상의료 실현'이라는 방안을 통해 입원 진료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40%에서 10%로 내리고, 틀니(4천억원), 치석 제거(1조1천억원), 간병 서비스(1조2천억원), 첩약, 상병수당(질병 등으로 일하지 못할 때 주는 수당) 등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방만한 지출, 어떻게 잡나?

해마다 병원 외래진료 10건 중 1건은 감기 진료가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감기는 외래진료 건수의 11.5%를 차지했고 건강보험 전체 지출의 6.4%인 1조1천593억원이 감기 진료비로 쓰였다. 여기에다 처방하는 약도 너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감기를 치료하는데 평균 4.73가지 약을 처방하지만, 일본은 2.20, 미국은 1.61, 독일은 1.51가지를 쓰며 항생제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환자들이 의원급보다는 큰 병원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병원의 병상 및 장비 과잉투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병원 수는 58.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2008년 기준)인 31.03개에 비해 무려 20개 이상 많다. 특히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는 최근 10년 새 72.6%나 늘어났지만 실제 가동률은 56.9%에 불과해 병실이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 과잉투자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100만 명당 특수 및 고가 의료장비 역시 CT가 35.6대(OECD 평균 22.97대), MRI 20.15대(〃 11.13대), 유방촬영장치 49.39대(〃 22.63대), PET 3.17대(〃 1.48대)로 OECD 평균치를 크게 웃돌면서 결국은 중복치료와 과다 처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국가들처럼 동일 성분, 동일 효능의 약품들에 대해 평균가격만 보험을 적용하는 '참조가격제'를 도입하고, 현재 진료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과잉진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질병별로 의료수가를 제한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야 건보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각 이해단체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건보 재정만 밑 빠진 독처럼 줄줄 새고 있는 상황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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