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우리 동창회] 경북 영주제일고등학교 총동창회

입력 2011-04-15 10:20:42

어렵고 힘든 시절 공부 못잊어…동문 이름 건 '개인장학회' 호응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가한 동문들이 경기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영주제일고 총동창회 제공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가한 동문들이 경기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영주제일고 총동창회 제공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마친 동문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주제일고 총동창회 제공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마친 동문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주제일고 총동창회 제공
김재돈 총동창회장
김재돈 총동창회장

올해 개교 68주년을 맞는 영주제일고등학교는 영주지역 최초로 설립된 남(5년제)·여(3년제)공학 공립학교(부설 사범과 설치)로 1943년 영주농업학교로 개교한 뒤 1947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후 영주농업고등학교(1956년 영주중학교 분리, 여학생 127명 영주여자중학교 인도)에서 1964년 영주종합고등학교, 1978년 영주공업고등학교로 잇따라 이름을 바꿨다가 2001년 실업계 고교에서 일반계 고교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010년 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돼 비약적인 발돋움을 하고 있다.

졸업생은 총 1만8천66명이다. 동창회는 1995년 본격 가동됐고 2004년부터 총동창회 부회장을 지낸 김재돈(보통과 22회·60·우리한의원 원장) 동문이 2008년 총동창회장직을 맡아 현재까지 1만8천여 명의 동문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김 회장과 서만석(보통과 22회) 재경·우시영(26회) 재울산·김호열(16회) 재대구·박도우(18회) 재봉화 동창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과 노력 덕분으로 총동창회는 활기를 되찾았고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속에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김재돈 회장은 "자율형 공립고는 우수한 교장과 교사를 공모할 수 있기 때문에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해졌다"며 "모교를 인재의 요람으로 육성시키고 1만8천여 동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장학사업과 재학생 지원

이 학교 동창회원들은 개인장학회란 특별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장학회를 만들어 1계좌에 300만원씩 장학금을 내고 있다. 형편이 나은 동문들은 2~5계좌도 선뜻 내놓는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동문들은 후배들이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매년 6천만~7천만원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고 있다.

매년 성적우수학생 60명(학년별 20명)을 선발, 1인당 100만원씩 총 6천여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이런 입소문이 돌자 최근에는 재경·재대구·재울산 동문들도 동창회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재경동창회장인 서만석 동문은 자신의 건물에 집기를 들여 사무실을 개소하고 직원을 채용, 동창회 카페를 운영하는 등 직접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참여를 이끌어내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또 27회 졸업생인 김찬모 동문은 2009년 5월 모교를 방문, 20년간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하고 인성을 갖춘 21세기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매년 재학생들을 상대로 '효 실천 다짐대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 6회 졸업생인 재미교포 고(故) 유병국(6회) 동문은 지난 2007년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비행기표까지 사 놓고 기다리다 목숨을 잃자 고인의 유지를 받든 미망인 강신자 씨가 직접 학교를 찾아와 3천만원의 장학금을 기탁(본지 2007년 12월 13일자 보도)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김 회장은 "내달 5월 22일 개최되는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통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 상징적인 동창회보다는 동문들이나 후배 재학생들에게 장학금 등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창회를 만들겠다"면서 "동창회 장학재단을 법인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다가오는 체육대회 때 모교사랑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출향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지역 전통시장 상품권도 모교 방문 기념 선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잊을 수 없는 추억

권영창(15회) 동문은 "당시에는 물자가 부족해 학교건물이 허술하고 작아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웠다. 학생들이 나서 인근 야산에서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주워 추위를 이겼다. 그러나 젊음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요람이었기 때문에 행복했다"면서 "또 1961년 7월 사라호 태풍으로 피해를 당한 영주 서천강 직강공사 기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방문 환영 행사에 학생회장으로 친구들과 함께 동원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찬섭(26) 동문은 "당시 국민을 먹여살린 기적의 통일볍씨(IR667)를 시험재배용 볍씨로 사용하지 않고 실습 축사에서 기르던 닭모이로 줬다가 선생님에게 혼쭐이 났다"며 "선생님이 '야, 이놈들아 계란을 먹는 것은 좋은데 껍질은 두고 가야 몇 개를 낳았는지 알지'라고 말해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수시로 배가 고플 때는 닭장에서 계란을 훔쳐 먹었다.

또 "당시 학교 부지는 엄청나게 컸다. 지금 영주여중과 서부초교, 현대아파트, 화성리버빌 아파트 자리가 모두 실습포장이였다"면서 "여기다 인분을 직접 밭에 뿌리고 배추, 오이, 토마토, 가지 등 농사를 지었다. 가을이면 실습포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추수감사절 행사를 마련해 친구들과 나눠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서명섭 수학 선생님의 제자사랑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당시 구경하기조차 힘든 농구화를 상품으로 내걸고 시험에서 1등하라고 독려했다"며 "신고 다니던 고무신을 벗어던지고 선생님이 주신 운동화를 신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교형(30회)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백발이 성성한 2~6명의 여자 동문들을 보고 개교 당시에 남녀공학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농업학교였지만 사범과가 설치돼 초등학교(소학교) 선생님이 많은 것 같다"며 "선배들의 장한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영주문화원장인 박찬극(13회) 동문은 "6'25전쟁 직전 학생들이 좌'우익으로 갈려 싸우다 당시 4학년생이던 박모 씨가 학교에 불을 질러 건물 뼈대만 남고 모두 소실됐다"며 "이때 모두 불에 타 1951년 전에 졸업한 동문들은 졸업사진이나 졸업장을 근거로 보증인을 세워야 졸업증명서가 발급됐다"며 당시 사항을 설명했다.

◆모교를 빛낸 동문들

제일고는 단양 광덕사의 혜인 스님이 효 실천행사에 강사로 초청됐다가 학교 풍수(임금이 나올 자리다)에 반해 매년 300만원씩 10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명당터다. 그래서 각 방면에서 동문들의 활약이 분부시다.

정·관계에는 금진호(2회) 전 상공부장관·국회의원, 김진영(11회) 전 국회의원·영주시장, 권영창(15회) 전 영주시장, 우영구(4회) 전 영주시의회 의장, 김인환(23회) 현 영주시의회 의장, 백충기(6회) 전 영풍군의회 의장, 김천일(18회) 봉화군의회 의장, 권영준(18) 전 동대구세무서장. 장욱현(26) 전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 권오열(26) 중앙선관위 연수원장, 권오성(32회) 국토해양부 도로정책국장, 김영수(26회) 서울 중구 부구청장, 전우삼(23회) 국방연구원, 김대영(20회) 행안부 지방세제국장, 이광호(23회) 전 안기부 국장, 윤재국(25회) 전 구로경찰서장 등이 있다.

교육계에는 최현우(1회) 전 경북전문대 학장·동양대 재단이사장, 김호열(16회) 전 경상북도 교육위원, 김엽래(30회) 경민대 교수, 이범석(33회) 서울가톨릭대 교수, 박선우(20회) 영주서부초교 교장, 송연선(20회) 영주중앙초교 교장, 이상욱(20회) 영주남산초교 교장, 황순팔(23회) 영주여중 교장 등이 있다.

재계에는 서만석(22회) 서울 IBS회장, 강성국(16회) 영일케미칼 대표, 김찬모(27회) 경남 창원 부경산업 대표, 권혁주(28회) 경기 남양주 세진기공 대표, 우시영(26회) 울산 세보태크 대표, 이홍구(33회) 앤크빌 대표, 조동락(19회) 길도건설 대표, 박용일(27회) 대동테크라인 대표, 강일구(22회) 울산 세림토건 대표, 권신기(22회) 제일식품 대표, 조호영(24회) 남대문상가번영회장 등이 있다.

동창회 연중행사의 경우 매년 1월 임시총회, 5월 총동창회 체육대회, 골프동우회, 산행대회, 재경 향우회 방문 행사 등을 펼치고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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