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대구 여성 최연소 태권도 품새 6단 최윤영 사범

입력 2011-04-14 10:08:42

대리석 5장 가뿐히 맨손격파…"무술은 내 운명이며 연인"

"여성 태권도인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칩니다. 손으로 대리석 5장 정도는 쉽게 격파할 수 있어요."

20년 넘게 태권도 인생을 살고 있는 최윤영(37) 사범. 그녀의 눈매는 온화하지만 말씨는 절도 있고, 몸매는 가냘프지만 날렵하다. 대구에서 여성 중에는 2명밖에 없는 태권도 품새 6단인 그녀는 품새 연결이 부드럽고 마지막 동작이 깔끔하다는 평이다. 육군 부사관 출신인 그녀는 태권도가 좋아 군에서 제대할 만큼 태권도 사랑이 각별하다. 이뿐만 아니라 축구, 야구 활동도 하고 있다.

"태권도는 이제 나의 운명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가 벌써 20년이 넘었고 태권도에 빠지다 보니 결혼도 하지 못했어요. 결혼 못 하면 태권도와 결혼해 살죠, 호호."

초교 4학년 때 1품, 5학년 때 2품, 중 1때 3품, 고 3때 4단을 딴 그녀는 육군본부 근무 중 5단에 올랐다. 이어 31세 때 대구 여성 최연소 6단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녀는 올해 12월에 있을 품새 승단시험에서 7단에 도전한다고 했다.

"저는 어릴 적 몸이 허약해 달리기를 하면 꼴찌였어요. 어머니가 허약한 저를 운동시키기 위해 도장에 보낸 게 태권도의 시발입니다. 태권도를 처음 접할 때는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죠. 방학 때면 하루 종일 도장에 살며 태권도만 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대구시합에서 우승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고교시절 태권도부 선수생활을 하며 수차례 입상했고, 군에서는 체육부대 파견 활동을 하면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두 차례 출전해 4위에 올랐다. 또 작년엔 품새 전국대회 2위, 2009년엔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2002년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세계심판 자격을 획득한 그녀는 대구태권도협회 품새'겨루기 심판활동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저에게 태권도를 처음 가르쳐준 장진환 스승을 잊지 못해요. 항상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신 그분은 태권도의 세계화에도 앞장서라고 당부하셨죠."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녀는 어머니, 남동생과 힘겹게 생활했다고 했다. 작고한 당시 장진환 스승은 중학교 때까지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 주었고, 태권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은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군 제대 후 첫 사범생활을 대구태권도협회 이영호(9단) 고문 도장에서 했고 지금은 이 고문을 새로운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태권도 기량을 더욱 갈고 닦아 태권도 품새 9단까지 도전해 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옛날 우리나라 무술인 수박도를 아세요. 태권도에 비해 품새는 비슷하지만 동작이 크고 화려한데 호흡을 많이 이용하는 운동이죠."

수박도 5단인 그녀는 여성 동호인 5명과 함께 수박도를 함께 배우며 전수에도 힘쓰고 있다.

그녀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축구'야구 사랑도 남다르다. 대구생체협 동구여자축구단 공격수로 3년간 뛰고 있는 그녀는 매주 3차례 축구연습을 하고 작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우승을 차지했다고 했다. 생활체육협 여자야구단에서도 4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대구경북 여성 태권도 사범들끼리 '음악 줄넘기' 보급을 위해 한창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음악에 맞춰 다양한 동작을 보이는 음악 줄넘기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학교에 보급하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대구 동구에 태권도 도장을 열 계획인 그녀는 방과후 태권도 수업, 어머니 태권도 교실을 열어 태권도 저변 확대에 젊음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그녀는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못한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인 그녀는 학교를 마치면 보육원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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