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경쟁입찰로 바뀐 학교 급식재료 저가, 저질화 막을 길 없나

입력 2011-04-12 17:50:33

"식재료 검수절차 강화하고, 계약재배 늘려야" 지적도

학교 급식재료 납품 방식이 공개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저가'저질 식재료가 범람, 위생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전문가와 영양사들은 검수 강화를 위해 공인기관이 품질을 인증한 농산물의 공급을 늘리고, 영양사들의 납품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재료 검수 절차 강화해야

11일 오전 대구 중구 모 초등학교 급식 조리실. 식재료를 가득 실은 납품 차량이 도착하자 조리복과 위생모자, 비닐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검수위원들이 모여들었다. 영양사는 쇠고기의 온도와 무게를 잰 뒤 코를 대고 냄새를 확인했고, 떡볶이에 쓰일 조랭이떡도 포장을 뜯어 맛을 보고 냉장고로 옮겼다. 이날 검수에서 1차 농산물은 육안으로 품질을 식별하고, 가공품은 제품 뒷면의 성분분석표를 참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참관한 학부모나 조리사는 구경꾼에 불과했다. 한 학부모는 "농산물의 원산지 구분법이나 가공식품에 들어간 첨가물의 내용에 대한 지식이 없다"며 "영양사를 그냥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식재료의 신선도와 품질을 확인하는 '검수'는 저질 식재료의 유입을 막는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검수는 육안 점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식재료의 신선도나 품질을 판별할 수 있는 조리사와 영양사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품목별 단'복수 혼합제 도입 필요

대구시는 2007년부터 친환경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매년 수억원을 친환경 급식 식품비를 지원해왔다. 비용 부담을 줄여 품질이 우수한 농'축'수산물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급식업체가 품목을 결정하는 제도 아래서는 고품질의 친환경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구 서구의 한 중학교 영양사는 "전처리(前處理'조리에 알맞은 상태로 준비해 놓은 것)를 한 식품이나 농산물의 경우 가공·공급 출처가 어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저질 재료가 들어와도 막을 방도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기존 식재료의 단수지정제와 품목별 복수지정제를 혼합한 단'복수 혼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학교별로 200~300개에 이르는 식재료 품목 중 가장 필요한 품목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1년간 특정 상품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또 최저가 입찰제 대신 예정가 근접 입찰제나 제한 경쟁 입찰로 보완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대구경북연구원 석태문 박사는 "친환경 식재료는 대구경북이 광역권 단위로 협의해 수의계약으로 공동 구입하고 그외 식품들은 가격 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의 단'복수 혼합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계약재배 늘리고 광역 공급 시스템 갖춰야

시민단체들은 건강한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집단 구매'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역단위의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식재료의 생산자와 가격, 품목을 결정하는 구매권을 갖고, 납품업체는 유통만 전담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 김병혁 사무국장은 "급식 적격업체는 위생과 품질을 기준으로 복수로 지정하고 유통업체는 적정한 마진을 보장받으며 배달만 맡으면 된다"며 "학부모와 생산자, 교직원, 교육당국이 합의를 통해 납품할 식재료를 선정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량 납품보다 대규모 계약 재배를 통해 고품질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대형 물류기지를 통해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요구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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