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떼는 평화로운데… "독도는 지금 어이없다"

입력 2011-04-12 1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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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상주기자 1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아보니

지난달 30일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이후 독도를 찾는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독도 접안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관광객들.
지난달 30일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이후 독도를 찾는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독도 접안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관광객들.

또다시 독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4월 들어 울릉도에서 독도로 들어가는 배는 만석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과 단체관광객이 손에 태극기를 든 채 배에 올랐다. 3월 말까지만 해도 독도행 배는 선객이 없어 울릉도 도동항에 묶여 있었다. 지난달 30일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과목 중 12과목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오자 화가 난 대한민국 국민들이 독도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를 출발한 지 7시간 40분 만인 오후 3시 30분 독도접안장에 내렸다. 떠난 지 1년 6개월 만인 4월 6일 다시 밟은 독도. 햇살이 따사로워 물결은 잔잔하고 괭이갈매기 울음소리는 요란스럽다. 독도도 완연한 봄이다.

배에서 내린 선객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아름다운 독도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여념 없다. 접안장 한 쪽에서는 전남 나주의 농민단체에서 온 관광객들이 플래카드를 펼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옆에는 부부 계모임에서 온 마산팀이 만세삼창을 외쳤다. 친구와 함께 독도를 찾았다는 남궁정우(28) 씨는 "말로만 듣던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아름다운 섬을 일본의 야욕으로부터 지켜내야겠다"고 말했다.

연락선이 떠나고 독도관리사무소 보트를 타고 간 물골. 지난겨울 바위에 붙었던 김은 이미 말라 갈색으로 변했다. 최근에 내린 비 때문인지 홈통을 타고 내리는 물골 물은 수량이 제법 불었다. 겨울 동안 얼마나 거센 파도가 왔기에 1977년 옹벽공사 후 붙인 동판이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물골 안 동굴 천정에는 도깨비고사리가 시퍼렇게 싹을 틔우고 있고 저수조 안 물은 늘 그렇듯 맑고 시렸다.

서도를 넘는 계단 옆에는 갯제비쑥이 싹을 틔우고 섬괴불나무가 싹을 틔우고 있다. 거의 70도 경사 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자니 겨울 동안 낙석으로 나무계단 곳곳이 무너져 내려 오르기 힘들었다.

어업인 숙소는 깜짝 놀랄 정도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 섬에 매달려 있는 듯한 숙소 모습은 흔적 없고 웅장하고 화려한 4층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했다. 이름도 주민 숙소로 바뀌었다. 5월초 입주 예정으로 공사 기술자들은 시멘트 바닥에 노숙하며 내부 마무리 공사에 바빴다.

동도의 경관도 1년 반 전에 비해 크게 변화되었다. 섬 중턱에 놓였던 유류탱크와 정화조는 스틸하우스처럼 생긴 태양광발전판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계단 옆 안전펜스도 스테인리스에서 나무무늬 합성수지로 바뀌어 밤에는 자연 발광하도록 돼 있었다. 경비대 건물 이마에는 전에 없던 경찰 마크와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란 간판이 붙어있었다.

경비대 막사 앞에는 새 헬기장이 이제 막 터파기를 마치고 기초 철근골조를 세우고 있었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월말에는 단장을 끝낼 예정이다.

민간인만 보면 유별나게 짖어대던 삽살개 한 쌍 '독도'와 '지킴이'가 보이지 않아 찾았더니 지킴이만 경비대 막사 뒤에 묶여 있었다. '독도'가 몸이 좋지 않아 울릉도로 나가고 나니 '지킴이' 혼자 풀이 죽어 꼼짝 않고 엎드려 있었다.

동도 등대 옆 바닥 태극기 앞에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장비세트가 달려 있다. 지난 1일 이주호 교육과학부장관이 와서 설치한 환경방사선감시기였다. 현재시간 방사선 물질 농도 10.2. 이는 1시간 동안의 방사선 물질 총량을 나타낸 것으로 100나노시버트에 해당한다. 내륙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이다.

방사선감시기를 보고 있는 동안 동도 등대 앞 경계근무자에게서 무전이 날아왔다. 독도 8시 방향 2km지점 고래떼가 나타났다는 것. 동도 정상에서 보이는 고래떼는 거의 1km정도 길이로 타원형 대열을 지어 독도를 스쳐 남동진하고 있었다. 고래들은 고기떼를 쫓아 포식을 하는지 검은 등을 들쭉날쭉하며 유영하고 수면 위로는 수백 마리 갈매기가 무리지어 우짖었다.

2011년 4월 독도는, 초병이 눈을 부릅뜬 채 살피고 있고 통신타워의 레이더는 여전히 5초에 한 바퀴씩 돌아간다. 3일 전에 교대한 독도경비대 청룡소대(소대장 김병헌)는 물 샐 틈 없이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독도 현재 기온 15도. 풍향 남서풍. 파고 0.5m.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적어 놓은 지금 독도는 안온한 상태였다. 한'일간에 어처구니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저 바다는 알고 있지 않을까.

독도에서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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