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따뜻함+'수성 아트피아'의 완성도
뮤지컬 '엄마와 젓가락'. 공연 전부터 수성아트피아가 지역 공연장 최초로 제작한 창작뮤지컬인데다 감독과 배우 등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모두 대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엄마와 젓가락'은 무남독녀 딸을 시집보내고서 아빠(영부)와 엄마(점례)가 집에 돌아와 자신들의 연애 에피소드와 딸과 사위의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젓가락 기술로 돈 버는 기술을 익혔다는 술집 작부 봉순이를 따라 성공을 꿈꾸며 서울로 가려다 기차역에서 오빠에게 잡힌 일이며 순정을 맹세하며 점례를 따라다닌 팔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장갑 한 켤레도 마음 놓고 사지 못했던 어려웠던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이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회상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회상 장면이라고 하면 무대 자체가 바뀌면서 무대가 곧바로 회상 당시의 상황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무대 뒤편 현재의 아빠와 엄마가 그대로 자리하고 무대 앞쪽에 밝은 조명과 함께 젊은 시절의 아빠와 엄마가 회상 장면을 엮어낸다. 과거와 현재의 캐릭터들이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뒤편에 자리한 배우들이 회상 장면의 상황에 따라 동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극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무대에서 현실과 과거가 한데 뒤섞여 '현실의 엄마'와 '과거의 아빠'가, '현실의 아빠'와 '과거의 엄마'가 함께 춤추면서 노래한다.
'엄마와 젓가락'에서 멀티맨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대구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배우 서정하 씨가 점례 오빠 역과 점례를 쫓아다니는 팔봉 역, 장갑 파는 상인 역 등을 맡으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한다. 제목에 사용된 '젓가락'은 크게 활용되지 못하다 공연 후반부에 큰 몫을 한다. 엄마 점례가 딸 영은이 결혼을 마음먹은 날, 젓가락 한 쌍을 건네는 것이다. 대대로 물려받아 비단에 고이 싸놓은 젓가락을 통해 '서로 돕고 양보하며 살아가고 기쁨도 슬픔도 영원히 함께하라'고 가르친다.
80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은 큰 굴곡 없이 흘러간다. 눈에 띄는 긴장감이나 갈등은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 펼쳐지는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감정은 관객에게 충분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딸을 시집보낸 어머니로서는 고개를 연방 끄덕이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에 사용된 음악들도 전반적으로 편안함을 줬다. 주제곡으로 사용된 '젓가락 인생'도 쉬운 가사와 멜로디로 귀에 속속 들어왔다.
수성아트피아는 이 작품을 장차 전국적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다. 그러려면 다소 보완할 점도 있었다. 극적인 요소가 부족해 일부 관객이 지루해할 수 있다는 점, 극의 중심인 엄마 점례의 에너지가 부족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 노래의 비중이 다소 많은 점 등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뮤지컬 '엄마와 젓가락'은 17일까지 공연된다. 문의)053-668-1800.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